꼼지꼼수_ 중성화 후에는 꼭 자리를 지킵시다.

2012. 1. 31. 11:29chats

꼼수가 우리 집에 온 게 10월 중순이니까,
9월 중순쯤 태어난 애라고 쳐도 이제 4개월이 막 지난 꼬꼬마인데,
요 앙큼한 것이 지 언니따라 발정이 일찍도 나는 바람에,
지난 일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꼼수는 병원에서부터 아주 지랄발광 난리브루스 똥쑈를 하더니,

집에 와서는 식음전폐하기, 빈 속에 토하기, 손길 피하고 원망의 눈으로 쳐다보기 등등,
아주 갖가지 스킬을 구사하며 나의 속을 뭉개놓고 계시다.

정말 수술은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후회가 막급한 기분이었지만,

사실상 냥이는 평생 발정 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므로,
수술을 감행하지 않고서는 평생을 같이 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걸 어쩌랴.

사람만 괴로운게 아니라 고양이도 괴롭다더라- 는 한 마디만 굳게 믿고,
결국은 수술을 해버릴 수 밖에 없었던 내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상자 안에서 골골대며 애교를 부리는 꼼수 환자.


다만,
꼼지가 수술했을 때 너무 아무 문제없이 수월히 지나가는 바람에 너무 쉽게 안심하고, 
꼼지 때처럼 수술한 주말 이틀을 집에 들어앉아 꼼수를 지켜봐주지 않았던 게,
안 그래도 내심 찔렸는데,

어제 내 앞에서 컥컥대며 죽을 듯이 토하는 새끼를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ㅠㅗㅠ

억지로 약 먹임을 당하고 상자 속에 들어가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한 꼼수에게,
이제 와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뿐인지라,
코 앞에 드러누워서 계속 쓰담쓰담 만져줬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눈을 감고 골골대는 그 모습이 너무 이쁘고 고마워서,
한 시간이 넘도록 그렇게 자리를 지켰다.

울 어무이 병간호도 이렇게까지 해본 적은 없는 듯-_-

한 시간쯤 골골대며 자다 깬 꼼수는 그 뒤로도 한 삼십분을 상자 안에서,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가며 애교를 부리고 골골대더니,

갑자기 급 상태가 호전되어,
꼼지랑 장난도 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난리 난리를 치고,
오늘 아침에는 평소의 식탐꾼 모습 그대로 밥을 먹어제끼기 시작했다.

평소엔 3초도 내 손 안에 있으려고 하지 않는 꼼수님이,
이렇게 30분이 훨씬 넘는 시간을 할애해 주시다니. 

결국 이 모든 토악질은,
극도로 예민한 꼼수님을 알아뫼시지 못 한 나의 무성의함 때문이었던가.

반성.

아무리 애들이 멀쩡해 보여도,
중성화수술은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큰 일이다.


그런 큰 일을 인간나부랭이가 맘대로 결정해버렸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곁을 지키고 보살펴주는 것은 필수라는거 ㅠㅗㅠ

힁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