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bouquin(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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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p.71 현재 시점 국힘당의 주권자는 당원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총선 참패를 자초했는데도 국힘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변함없이 그에게 복종한다.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의결한 채해병 특검법을 윤석열은 또 거부했고, 국힘당 국회의원 대다수가 재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져 부결 폐기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당원은 거의 없다. 소수의 해병대 출신 당원이 탈당했을 뿐이다. 21세기 민주공화국의 집권당이 권력자의 사조직으로 전락했다. 말이 되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p.147그는 위험한 스타일의 권력자다. 사악한 권력자보다 어리석은 권력자가 더 위험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스스로는 현자라고 확신한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위하는 것을 무시하고 정바대 선택을 주저 없..
2024.12.10 -
독서일기: 활자잔혹극 - 루스 렌들
p.6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발문: 문맹과 문해 사이 - 장정일p.323흔히 문맹이라면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상태만을 떠올리는데, 이 작품을 쓴 루스 렌들의 통찰에 따르면, 문맹은 그 당사자의 ‘상상력과 감정’마저 문맹의 상태로 만든다. 작가는 유니스를 가리켜 “그녀가 문맹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동정심을 앗아갔고 상상력을 위축시켰다. 심리학자들이 애정이라고 부르는, 타인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그녀의 기질 안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라고 평했던 바, 문맹은 인간에게 필요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빼앗고,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소통을 기피하게 만든다. p.326 (…) 활자잔혹극이 뛰어난 이유를 요약해서 말하면, 먼저 문맹이 결과하..
2024.11.29 -
독서일기: 친애하는 슐츠씨 - 박상현
세상의 모든 멜라니들p.67 사람들은 돈이나 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게 결핍의 덫 이론으로서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p.68 현대 사회, 특히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추앙하는 태도가 놓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다. 완벽하지 않은 피해자p.230 반면 대중은 앰버 허드와 같은 여성에게 ‘착하고 죄 없는 피해자’ 혹은 ‘남자를 속이고 괴롭히는 소시오패스’ 중 하나의 역할만을 허용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성은 독특한 면이 존재하는 입체적 인물인 반면 여성은 평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 “어떤 피해자도..
2024.11.23 -
독서일기: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마이클 투히그, 클라리사 옹
p.31 완벽의 문제점은 그 어떤 것도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고 보는 데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언제나 결함, 실수, 실책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완벽의 정의 자체도 끊임없이 변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완벽이라는 개념은 막상 그곳에 도달하면 달라진다. 따라서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 p.39 완벽주의는 넓은 의미로는 높은 기준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 반면 부적응 완벽주의는 자기비판,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에 대한 집요한 추구,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의 고통, 도달했을 때의 불만족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p.43 과정과 결과의 차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 자체와 행동하는 방식, 즉..
2024.11.17 -
독서일기: 공정하다는 착각 - 마이클 샌델
p.224 이러한 고려는 나이트가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각자가 자기 노동의 한계생산물에 따라 도덕적 자격을 얻는다’는 맨큐의 주장을 거부하도록 만든다. 나이트는 그런 주장을 “경제학이 변명할 때 쓰는, 익숙한 윤리적 주장”이라고 비하한다.p.231 마찬가지로 외과의사에게 잡역부보다 많은 보수를 주는 까닭이 가장 불우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정의로운 기본 구조가 작동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해도, 그런 보수 격차가 외과 의사의 특출한 재능과 기여를 기리게 되는 부수 효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규범적인 부수 효과는 성공(그리고 실패)에 대한 태도에 일정한 틀을 만들며, 그것은 능력주의적인 태도와 구별하기 어려워져 버린다.p.240 “소득 격차 대부분은 사회가 일부 사람들의 재능 계발에..
2024.11.15 -
독서일기: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p.156 "이 막 흔들려 가지고 마지막에 거의 다 됐을 때 엄청 떨리는 거, 선생님도 알죠?" "기억하세요?"가 아니라 "알죠?"다. 나도 당장 아홉 살로 돌아가 "당연하지!"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뺀 이는 사랑니로 그것도 십수 년 전이고 마취도 했었지만, 어쨌든 겁에 질렸던 건 마찬가지니까. p.190 규민이가 나한테 과자를 줄 때 잘 하는 말, "이거 꼭 먹으세요"는 어떤가. "드세요"보다 "먹어"가 훨씬 강력한 요구다. 상대에게 맛있는 걸 꼭 먹이겠다는 굳은 의지는 존댓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규민이의 "먹으세요"가 너무 좋다. (...) 어른들은 흔히 "애들을 위해서 말을 가린다"라고 하는데 어린이야말로 말조심을 한다.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2021.05.09 -
독서일기: 싸움의 기술 - 정은혜
p.119 사람들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는 이렇게 자라났으며, 나에게는 이런 것이 중요하고,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살 것이라는 자기만의 믿음이 자기의 역사를 서술하는 스토리의 형태로 존재하고, 이 스토리를 사수한다. 그런데 이 스토리의 플롯을 흔드는 사람을 만나면 그를 설득해서 자기의 세계관을 관철시키려 하고 자신의 이야기 구조로 끌어들이려고 하거나, 혹은 상대방이 어떻게 잘못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그래서 싸우게 된다. p. 159 그래서 싸울 때 상대방의 잘못을 보여주는 증거를 하나 꺼내놓고 그것으로 상대방이 자신에게 죄를 지었음을 고백하라고 종용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그동안 모아놓은 증거를 다 늘어놓고 상대방에게 죄가 있음을 확증하고자 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확..
2021.05.09 -
독서일기: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p.261 늦은 우기에도 비는 오고, 다 늦어버린 후에도 눈물은 흐른다. p.265 (해설- 강지희) (...) 박상영 소설 속 인물들은 자주 울면서도 곧장 자기연민을 직시하며 웃음으로 바꾸어내곤 했다. (...) 하지만 함께 머물다 떠나간 상대방의 뒷모습을 오래 직시하는 이번 소설집에서, 마지막에 이르러도 감정의 경쾌한 수직적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감정은 어딘가로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 박상영 작가는 트위터 어디에선가 우연히 보고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가 올해 봄 출간한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와 관련 된 무슨 트윗을 읽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의 턱수염과 수상경력을 구경하며 은근 마음 속에 저장 해놨던 기억은 난다. 그리고 꽤 얼마 전에는 교보문고..
2020.09.08 -
독서일기: 파과 - 구병모
p.193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에 손을 뻗는다. 집어 올리자마자 그것은 그녀의 손 안에서 그대로 부서져 흘러내린다. (...) 그녀는 문득 콧속을 파고드는 시지근한 냄새를 맡으며 눈물을 흘린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꼭 그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겠다고 다짐한지 3~4개월 만에 선택한 두 번째 작품. 이 책은 살인청부업체에 몸 담고 있는 노년의 여성 화자, '조각'의 이야기이다. 이 할머니(...라고 부르면 칼 맞을 것 같지만, 이제 여러모로 본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의 이야기는 모든 구절, 모든 챕터가 너무 새롭고 흥미진진해서 진짜 엄청 집중해서 읽었다. 그녀가 일하거나 상대를 대..
2020.08.04 -
독서일기: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p.23 여성이 '평균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은 추상적이라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어떤 여성이 자신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다는 사실은 구체적인 감각으로 경험된다. p.33 누군가는 여전히 특권이란 말이 불편할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 혹은 남성으로서 이렇게 살기 힘든데 나에게 무슨 특권이 있는 거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불평등이란 말이 그러하듯, 특권 역시 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유리한 질서가 있다는 것이지, 삶이 절대적으로 쉽다는 의미가 아니다. p.101 그렇다고 두가지 비하성 언어가 담고 있는 사회적 맥락까지 동일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김치녀'는 '사치를 부리며 남성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여성이 남..
202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