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친애하는 슐츠씨 - 박상현

2024. 11. 23. 18:51my mbc/bouquin


세상의 모든 멜라니들
p.67 사람들은 돈이나 시간 등의 자원이 부족할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게 결핍의 덫 이론으로서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p.68 현대 사회, 특히 성공을 개인 노력의 결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추앙하는 태도가 놓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다.

완벽하지 않은 피해자
p.230 반면 대중은 앰버 허드와 같은 여성에게 ‘착하고 죄 없는 피해자’ 혹은 ‘남자를 속이고 괴롭히는 소시오패스’ 중 하나의 역할만을 허용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남성은 독특한 면이 존재하는 입체적 인물인 반면 여성은 평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 “어떤 피해자도 완벽하지 않다. 어떤 피해자도 완벽할 필요가 없다. 상대 여성이 완벽하지 않은 한 때리는 남성이 폭력적인 인간으로 규정될 수 없다면, 도대체 여성은 얼마나 완벽해야 때리면 안 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세상을 바꾼 여름 캠프
p.288 하지만 권리는 ‘하나를 얻어냈으니 당분간 입을 다물고 있는’ 식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휴먼은 울분에 찬 얼굴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된 것에 계속 감사해야 하는 데 지쳤습니다. 남들이 다 누리는 이런 당연한 권리에 우리가 감사해야 한다면 우리가 과연 동등한 존재인가요?” 휴먼의 말이 틀렸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진정한 전문가
p.389 데이비드 케이 박사의 용기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 많은 전문가의 정직한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사회는 대중을 기꺼이 속이려는 사람들이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 트위터에서 누가 어떤 책을 추천하는 글을 발견했는데 관심이 가면 저장해뒀다가 지금 읽는 책을 다 읽고나면 구매하는 식으로 다음 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그 때 트위터를 뒤흔드는 주제들과 관련된 책을 읽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책도 아마 추측컨대 전장연 시위가 이슈됐을 때 돌던 글을 저장해두지 않았으려나. 아니면 능력주의에 대한 얘기나, 원인 제공 어쩌고 하면서 괜한 비난을 받는 여성혐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얘기였을 수도 있다.

도무지 나의 상식으로는 논란조차 되서는 안 될 일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심지어 비상식의 방향이 대세가 되는 세상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 오래 전부터 더 오래 된 편견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니 더욱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논리 싸움을 계속 해오고 있을 수 있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느리게 변화하는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면, 세상이 왜 이래 테스형 되는거… 그러면서도 또 한 켠으로는 아 그래도 희망이 있구나,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해 오고 있었구나 이런 긍정적인 생각도 가져보는 복잡한 마음이다.

나는 모두에게 이동권이 보장된 나라를 보며 부러워 했지만, 그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처럼 싸워서 쟁취한 것인지는 몰랐다. 피너츠를 재밌게 읽으면서도, 작가가 몇 달씩 흑인 커뮤니티와 소통했는지 몰랐다. 그래서, 아무리 복잡한 마음이 들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이동권 다 동의하는데 내 아침 출근길에 피해 주지 말고 국회 앞에 가서 시위하셔라, 성폭력, 묻지마 폭행, 몰카 피해 다 알겠는데 모든 남성을 가해자 취급 하지는 마셔라, 남녀 평등 좋은데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불편한 건 인정하셔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