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5. 11:13ㆍmy mbc/bouquin
p.224 이러한 고려는 나이트가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각자가 자기 노동의 한계생산물에 따라 도덕적 자격을 얻는다’는 맨큐의 주장을 거부하도록 만든다. 나이트는 그런 주장을 “경제학이 변명할 때 쓰는, 익숙한 윤리적 주장”이라고 비하한다.
p.231 마찬가지로 외과의사에게 잡역부보다 많은 보수를 주는 까닭이 가장 불우한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정의로운 기본 구조가 작동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해도, 그런 보수 격차가 외과 의사의 특출한 재능과 기여를 기리게 되는 부수 효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규범적인 부수 효과는 성공(그리고 실패)에 대한 태도에 일정한 틀을 만들며, 그것은 능력주의적인 태도와 구별하기 어려워져 버린다.
p.240 “소득 격차 대부분은 사회가 일부 사람들의 재능 계발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투자하며, 그들의 성과물에도 큰 차등을 둔 보상을 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산성은 주로 직무 역할에 따르지, 개인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p.337 1984년 경제의 금융화가 막 시작될 무렵, 저명한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제임스 토빈은 ‘금융시장의 카지노적인 성격’에 대해 직감에 따른 경고를 했다.
p. 338 도덕 및 정치적으로 그것은 ‘시장이 금융계에 주는 막대한 보상’과 ‘그것이 실제 공동선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것’ 사이의 큰 불일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일치에다 금융 종사자들이 투기 활동을 하면서도 분에 넘치는 명성을 누리는 현실은 실물 경제에서 유용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존엄을 조롱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p.353 능력주의적 신념은 연대를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든다. 대체 왜 성공한 사람들이 보다 덜 성공한 사회구성원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설령 죽도록 노력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자수성가적 존재나 자기 충족적 존재가 아님을 깨닫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놓기는 애진작에 사놨는데 초중반까지는 쉽게 읽히지가 않아서 애먹었던 책이다.
너무 긴 시간 질질 끌며 읽었더니 앞 부분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미국 대학입시 비리에 대해 알려진 사례들을 다루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중간은 기억을 상실했고, 뒷부분에는 공감을 정말 많이 하면서 읽어서 따로 적어둔 구간이 많음.
평소에 맘까페에서 회자되는 영유아, 초중고 학부모들의 글들을 보면서, 매일 강남 신고가 경신 소식으로 단독을 때리는 부동산 기사를 읽으면서, 주식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x의 파딱 계정들을 보면서, 전기 감전된 직원들의 블라인드 글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로 불편하게만 남아있던 감정들을 하버드 교수가 어떻게 딱 알고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할애해 논리 정연하게 정리해 준 모양새랄까?
자기가 이룬 것은 노력의 산물이며 당연히 노력한 만큼 보상 받아야 한다는 사람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당연시되고, 사회 시스템은 사지 멀쩡한 2049 성인 경제인구 내지는 정상가족에게만 작동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생겼고, 최저임금 마지노선을 올리기 위한 싸움과 억대 연봉을 못 받아 억울한 사람들의 투정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나는 얼마나 피로함을 느꼈던가.
길고 어려운 글이었지만, 내 머릿속을 명쾌하게 비워준 문장 하나만 남겨도 성공이다.
“능력주의적 신념은 연대를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든다.”
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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