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7. 10:22ㆍmy mbc/bouquin
p.31 완벽의 문제점은 그 어떤 것도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고 보는 데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언제나 결함, 실수, 실책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완벽의 정의 자체도 끊임없이 변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완벽이라는 개념은 막상 그곳에 도달하면 달라진다. 따라서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
p.39 완벽주의는 넓은 의미로는 높은 기준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 반면 부적응 완벽주의는 자기비판,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에 대한 집요한 추구,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의 고통, 도달했을 때의 불만족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p.43 과정과 결과의 차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 자체와 행동하는 방식, 즉 과정에 더 많은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성공의 척도로 생각한다면 성공은 당신의 통제권 밖에 있다.
p.65 예를 들면, 밤새도록 불을 끄지 않는 룸메이트에게 짜증이 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렇게 속 좁은 인간이 아니니까. 속 좁은 인간이 아니라면 한밤중에 불을 켜놓는 사소한 일에 화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일관성이 있는 이야기이고 당신은 그 이야기를 믿는다. 다음 날 아침 룸메이트가 나가고 난 후 신경질적으로 불을 끄면서도.
P.68 논리 혹은 일관성의 대안은 바로 ‘기능’이다. 그 생각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 집중하고 그 점을 바탕으로 생각에 귀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것이다.
p.153 예를 들면, 회의 도중 발언할 때마다 상사와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는 대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며 협력하고 배우는 시간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p.154 과정을 중시하라고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통제권 밖에 있는 결과를 통제하고 싶은 욕구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타인을 사랑과 연민으로 대할 수는 있다. 아이들이 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기는 어렵지만(특히 공공장소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할 수는 있다. 스트레스 없는 휴가를 장담할 순 없지만 계획이 꼬였을 때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수는 있다.
p.221 삶의 모든 교차로에서 가치를 향해 돌아서는 연습을 해라.
#.
회사 일을 하다보면 씩씩 화가 날 때가 수두룩한데, 그 때가 언제인지 정리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 위에서 내려 온 의사결정 사항이 마음에 안 들 때
- 상대방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을 때
- 내 언행이 상대방에게 내가 의도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낄 때
- (나는 잘 했는데!) 상대방 때문에 내가 일을 잘못했거나, 잘 못 했거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비춰졌다고 느낄 때
모든 기준이 나 중심적인 동시에 남으로부터 인정 받는지 여부에 좌지우지되는 아주 모순적이고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남이 세운 회사의 일개 직원인 주제에 내 상식/내 기준/내 마음이 너무 중요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무려 ‘회사 일’이 내 맘대로 안 되는 상황에 너무 심하게 화가 난다. 그럴거면 내가 사장하지? 근데 또 사장은 하기 싫음. 왜냐면 사장을 할거면 ‘잘’ 해야 되는데 그건 또 잘 못 할 것 같고, 시키는 일만 (내맘대로) 잘 하고 싶그등.
또 남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어 여러가지(업무 능력, 소통 능력, 싸가지 ㅋㅋ 등등)를 평가하고, 막상 내가 세운 기준에 나 역시도 미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지 않아하고,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일을 해내고, 옳은 결정을 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고맙게도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내가 ‘완벽주의자’라서 그렇다고들 말해준다. 근데 심지어 난 또 내가 완벽주의자도 아닌 것 같음. 겸손해서가 아니라 내가 낸 결과물들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완벽주의자가 맞긴 한데 ‘부적응 완벽주의’자다. 높은 기준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동일하지만, 그 기준과 기대라는 것이 어디에 중심을 두고 있는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
책에서 설명하기를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불완전한 완벽주의자들은 이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 나의 스토리를 합당하게 만드는 논리 구조를 지키는 것이 너무 중요해서 거기에 에너지를 너무 쏟는다고 한다.
아니 내가 맨날 빡쳐있는 이유가 바로 그건데!!!! 이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난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닌데 대체 왜 나를 이런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나’ 하는 상황에 분노하고 계속 곱씹어댔던 무수한 지난 날들!!!!
저자는 불완전한 완벽주의자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때만 인정받는 환경에서 자랐다든가, 그래서 내가 이룬 작은 성과에 대한 칭찬 대신, 그것을 폄하하거나, 그 다음 단계로 오르도록 다시 푸시했을 것이라는 식의 가정을 한다. 이런 식의 몇몇 가정들은 나의 사례에 꼭 들어맞지는 않아서 읽다보면 갑자기 거리두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했지만, 평생을 인생 스토리텔러로 살아온 나의 정곡을 막 찔러대는 분석들을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추구하던 완벽미가 왜, 어떻게 불완전한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결론적으로,
완벽이란 불가능하고, 결과는 통제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삶에서 추구하고자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사고하며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또한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지만, 내가 집중하려는 이 생각이 내가 정해둔 스토리의 일관성을 지키는데만 쓰이고 있진 않은지, 이 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집중할 필요가 있을지 등을 판단해서 매 순간 가치중심적 사고로 돌아가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책은 얘기한다).
답을 알고 나면 참 간단하고 쉬운 얘긴데, 왜 내 인생에서 이 간단한 이치를 깨달아 실천하는 건 그리도 어려운지.
이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개인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불완전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명상법이나, 직접 글로 쓰고 숙고하면서 훈련하는 방법론들을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그건 또 귀찮아서 ㅎㅎㅎㅎ 대충 읽어 넘겼다. 나는 아직 온전히 나를 사랑하기 위해 시간을 쏟을 준비는 안 되어 있나봐.
#.
체념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요즘은 나를 빡치게 하던 일들에 예전만큼 화가 나지는 않는 것 같다.
모든 삶의 교차로에서, 내 인생을 행복하고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지.
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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