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bouquin(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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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는 줄 알았다면 후기를 더 빨리 썼을텐데 늑장부리다가 이제서야 올림. 본의 아니게 은둔생활을 하게 된 지난 몇 주간 생각 없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오베라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왠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가 올리던 포..
2016.06.06 -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 - 찰스 슐츠
사물의 즐거운 면을 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모든 것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뜻밖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행복에서는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행복한 상태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 유머는 슬픔으로부터 나온다. #. 시간 때우려고 홍익문고 들어갔다가 예뻐서(...!) 구매한 책 ㅎㅎ 예전에 어쩌다가 우리 집에 굴러들어온 피너츠 단행본 1권을 진짜 지겹도록 읽고 또 읽었던 기억도 있고, 스누피 마을 게임도 엄청 열심히 했고 ㅋㅋ 해서 왠지 정감 가는 마음에 집어들었는데,찰스 슐츠 아저씨가 이런 저런 기회들을 통해서 끄적이거나, 기재하거나, 발표한 글들을 모아둔 에세이였다. #. 읽다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됨. 일단 찰스 슐츠, 스누피를..
2016.05.21 -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 김하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 현실주의자는 그 일을 그냥 내버려두지만, 낭만주의자는 그 소동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쫓겨 무언가 해명을 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나름 광고쟁이 언니를 두고 있어 저자가 대표로 있다는 bbtt를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발견하여, 아픈 머리 쉬일 겸 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 뭔가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을 하나씩 테마로 잡고, 거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생각나는대로 모조리 대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뭔가 김난뭐 그 누가 쓴 2015년 트렌드 서적 같은 걸 읽는 기분이 떠나질 않고, 구석구석 매우 강하게 드러나는 현 정부에 대한 반대 성향이 드러나는 문구들은, 나와 같은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와..
2015.12.09 -
스노우맨 - 요 네스뵈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바라보는 방향이 잘못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사람이란 원래 길가 쪽, 그러니까 열린 공간을 바라보며 서 있는 법인데. 제주혼자여행의 백미였던 추리소설. 원래는 잡화상 어쩌구 그 일본작가 소설을 읽을까 했는데, 리디북스 추리소설 코너를 뒤덮은 요 네스뵈를 발견. 검색해보니 해리 홀튼 반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편의 추리소설을 내놓은 바 있고, 뭐 유럽 석권 노르웨이 뭐시기 어쩌구 저쩌구 여튼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에, 난데없이 경제학자 출신이던가 뭐던가. 사실 노르웨이라 반가워서 좀 관심갖고 찾아봄. https://mirror.enha.kr/wiki/%ED%95%B4%EB%A6%AC%20%ED%99%80%EB%A0%88%20%EC%8B%9C%EB%A6%..
2015.05.09 -
카스테라 - 박민규
이십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눈과 귀와 코를 고, 한 인간이 보편적인 인류의 한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다. 결국 나는, 150미터의 대왕오징어를 15센티미터로 정정하는 인간의 기분 같은 것을, 이해하는 인간이 되었다 - 대왕오징어의 기습에 대해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아주 많은 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저절로 버려졌다. 언제 어느 때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 갑을고시원 체류기 처음엔 신선하다고 생각했고, 중간엔 허세부린다고 생각했고, 막판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처음엔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신선했고, 중간엔 지나치게 있어보이려는 느낌의 문장들이라고 생각했고, 막판엔 통찰(이라고 부를 수 있다..
2014.09.10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아침에 눈을 떴다. 낯선 곳이었다. 벌떡 일어나 바지만 꿰어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 보는 개가 짖어댔다. 신발을 찾으려 허둥대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은희를 보았다. 우리 집이었다. 다행이다. 아직 은희는 기억에 남아있다. #. 연쇄살인범으로 살아온 남자가, 하필이면 치매에 걸린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자신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연쇄살인범(심증100%) 때문에 고군분투 하는 내용.#. 솔직히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놔서, 이거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다시 되돌리는 건 쉽지 않지만, 뭔가 굉장히 빠른 시간에 훅훅 읽히는 엄청난 집중력이 절로 발휘되면서도, 읽고 나서 내가 뭘 읽은건가 싶으리만큼 쉽지 않은 전개는 아마도 김영하의 매력. TistoryM에서 작성됨
2014.09.09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알란은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잠에서 방금 깨어난 상태라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보고 싶으니 반장님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거였다. 일의 결과를 신중히 따져 보지도 않고 친구들을 마구 넘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반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늘 그렇듯, 표지가 귀엽고 제목이 귀여워서 선택한 책. 처음에는 어딘가 이상하고 거추장스러운 문체가 부담스러웠는데, 읽다보니 그냥 익숙해져서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게 됐다.스페인, 미국, 중국, 프랑스, 발리를 넘나들고, 마오쩌둥이라느니 김정일이라느니 아인슈타인의 남동생이라느니 하는 사람들과 연을 맺고, 폭탄이니 전쟁이니 냉전이니 하는 것들을 겪으면서도,양껏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술만 있다면 바라는 게 없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2014.03.20 -
첫 문장 못 쓰는 남자 - 베르나르 키리니
또한 그 전염병은 유럽 각국의 문단에 온갖 사기와 기만의 종말을 알렸다. (...) 진정한 천재로 인정 받아 온 몇몇 사상가들은 아무리 위로 치솟고 싶어도 지면에 발이 들러붙어 옴짝달싹 못하는 반면,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늘 높이 떠오르곤 했다. - 높은 곳 총 16편의 단편집.아주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뭐가 뭔지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고난도의 궤변인 것 같은데, 조금만 정신 차리고 다시 보면 꽤나 정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게 놀랄 일.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들이나, 이적의 지문사냥꾼 같은 느낌의, 허무맹랑한데도 논리적이어서 읽다보면 믿게 되는, 소재는 가벼운데 주제는 무거운 그런 글들.주로 베르나르 이름 가진 사람들이 좀 상상력이 뛰어난가봐-_- 인상적인 포인트 및 특히 마음에 든 글..
2013.01.23 -
사랑의 기초_한 남자 - 알랭 드 보통
느낌에 충실해 결혼해야 한다는 관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참되고 솔직한 감정에 경의를 표한다. (...) 이런 감정들 하나하나를 다 존중한다면 일관성 있는 삶을 영위할 가능성은 사라진다.때때로,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아나갈 수가 없다. 아이들의 목을 조르고 싶다거나, 배우자의 잔에 독을 타고 싶다거나, 전구를 가는 것 때문에 싸우고서 이혼하고 싶다거나 하는, 스쳐 지나가는 충동들에 진심을 발휘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벤은 자신과 엘로이즈가 감정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서의 결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역시나 어렵게 말하는 남자, 알랭 드 보통 씨. 벤이라는 한 중년 남자, 엘로이즈의 남편이자 두 아..
2012.07.10 -
사랑의 기초_연인들 - 정이현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급하게 몰아닥친 태풍은 어느새 그쳤고, 그 후에는 폭풍우가 쓸고 간 해변을 서서히 수습해가야 한다. (...) 다른 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알랭 드 보통이랑 같이 쓰기로 했다가 그냥 독립된 이야기 두 개를 내놓기로 했다는, 정이현씨의 사랑의 기초 시리즈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어 찾아 읽었는데, 뭔가 아주 쉽게 빨리빨리 읽히면서도 그 정도의 가벼움이 전부는 아닌, 공감가면서 씁쓸한 글이다. 여..
201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