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2016. 6. 6. 14:07my mbc/bouquin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는 줄 알았다면 후기를 더 빨리 썼을텐데 늑장부리다가 이제서야 올림. 


본의 아니게 은둔생활을 하게 된 지난 몇 주간 생각 없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오베라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왠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가 올리던 포스팅이 인기가 많아져서 책으로 나왔다고 하니 슥슥 책장 넘겨가며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구매했는데, 사실 첫 장에 소개 된 오베라는 남자는 진짜 피곤한 스타일이고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나 있는 사람이어서 심신의 안정과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 필요한 나에게 묘하게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실망할 뻔 했었다.


그러나 꾹 참고 두 번째, 세 번째장을 넘어가 본 건 잘 한 일.


아내를 잃고, 이제는 직장도 잃고, 삶의 이유 자체를 잃어버린 무뚝뚝한 고집쟁이 오베라는 남자가 새롭게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랄까? 자기 부인을 만나기 전과 후의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 무뚝뚝한 로맨티스트가 겪는 하루하루를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결국 그의 츤츤데레데레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 


약간 쓸데없이 멋부리는 듯한 문체 때문에 초반의 짜증이 100% 사라지지는 않지만, 끝으로 갈 수록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과 관심이 솟아나며, 사는 게 뭔가 생각하게 되는 그런 글.



p.s. 영화 예고편에서 본 오베라는 남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여리여리 착하게 생겨서 흐음- 이랬는데, 생각해보니까 책 표지에 저렇게 자기들 멋대로 주인공 얼굴을 그려버리는 건 반칙인 것 같다. 내가 상상한 오베라는 남자는 은근히 저런 백발의 흰 수염 남자로 정해져 버림..!


p.s 2 아부지가 영화 보셨는데 고양이가 그렇게 귀엽다고 +_+


p.s 3 네이버에 있는 저자 인터뷰를 읽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은 현대차를 몬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