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17. 03:41ㆍmy mbc/bouquin
연애의 초반부가 둘이 얼마나 똑같은지에 대해 열심히 감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면,
중반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야금야금 깨달아가는 시간이다.
급하게 몰아닥친 태풍은 어느새 그쳤고,
그 후에는 폭풍우가 쓸고 간 해변을 서서히 수습해가야 한다.
(...)
다른 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곡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 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알랭 드 보통이랑 같이 쓰기로 했다가 그냥 독립된 이야기 두 개를 내놓기로 했다는,
정이현씨의 사랑의 기초 시리즈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어 찾아 읽었는데,
뭔가 아주 쉽게 빨리빨리 읽히면서도 그 정도의 가벼움이 전부는 아닌,
공감가면서 씁쓸한 글이다.
여자주인공이 84년생이라 좀 더 감정이입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원래 사람들은 얘랑 나 뿐 아니라 다들, 그런 건가 보지? 싶을 정도로,
공감가는 심리 묘사가 많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기 전, 각자의 성장배경이랄까,
여튼 각각의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옛날 이야기들을 조금 풀어놓는데,
그게 마치 심리상담전문가가 적은 글 마냥 매우 관찰력이 뛰어나고 통찰력이 있어서 놀랍다.
그래, 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대방의 행동 뒤에는,
항상 알고나면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는 거니까.
p.s.
보통씨는 또 얼마나 씁쓸한 얘기를 어렵게 적어놨을지 어여 읽어봐야겠음.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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