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혼돈 - 산드로 베로네시

2012. 1. 9. 21:33my mbc/bouquin


또 시작이다. 똑같은 일의 반복이다. 만약 비가 오지 않으면 ㅡ 지금은 오지 않는다 ㅡ 두 사람, 즉 딸의 학교 앞에 있는 사람과 그를 찾아온 사람은 정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원에는 골드 레트리버 아가씨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ㅡ 오늘 아침엔 보지 못했다 ㅡ 있다. 두 사람은 벤치에 앉거나 ㅡ 이번엔 앉아 있다 ㅡ 있다.
(...)
만일 이곳에 와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날 괴롭히는 일이 사람들의 습관이 되고 있다면 , 나는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날 더 이상 끌어들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나는 나일 뿐 그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었다고 하는 '조용한 혼돈'은,
띠지에 나와있는 영화포스터를 보고,
만약 내가 있을 때 개봉했더라면 분명히 보러갔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구입한 책.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이 책이 올해의 첫 번째 책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뻤을 정도로,
완전 마음에 들었다.

책의 주인공은 부인 라라를 잃었다.
그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 클라우디아를 혼자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어린 딸이 엄마의 죽음에 과연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 지,
그럴 때 자신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자기 자신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은 채, 
그는 무작정 딸의 학교 앞에서 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히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그 모든 이야기들에 얽힌 그의 심정을 위트있는 언변으로 풀어내는 독백조의 이 글은,
과연 이 이야기의 끝에, 이 남자,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에 대한,
무한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과 그 이후의 마무리야말로,
이 긴 이야기들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묶어내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

센스가 넘치는 이 한 편의 글에 박수를.

작가가 이태리사람이고, 글의 배경이 이태리라는 것도 이 글이 한 성격 하는 데 일조하는 듯.
영화도 꼭 찾아보고 싶다.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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