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bouquin(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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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p.16 테크 기업들은 소중한 어떤 것을 파괴하고 있다. 바로 '사색 가능성'이다. 그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뭔가를 보고 있고, 늘 주의 산만한 상태로 사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p.128 미국의 현대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런 상황을 "총체적인 소음(Total Noise)"이라고 불렀다. 총체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 주의력이다. 따라서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 p.182 그런 걱정은 우리의 몫이므로, 우리가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다. #. 프랭클린 포어는 뉴욕 매거진, 뉴리퍼블릭 ..
2020.02.12 -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p.30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p.69 결국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인 수직적 가치관을 버리고 수평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p.76 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투영하여 과잉 열광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문유석 판사 편을 듣..
2019.08.14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p.251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 아마도 트위터에서 영업을 당한 책이었겠지. 김하나 님의 트위터는 이미 팔로 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나니 김하나 님이 너무 좋아져서 이 분이 진행하는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보니, 2..
2019.08.13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p.13 고된 노동을 옹호하는 윤리가 다시금 입지를 다지고, 고용 가능성은 우리 야망을 자극하고 관계를 조정하며 교육 체계를 바꾸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용 가능성이나 경제적 필요와 상관없이 어떤 행동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는다. p.53 모든 사람이 고된 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해 결국에는 경제적 영역을 실제 필요에 종속시키는 정치적 개입이 힘을 얻기 바랐다. 고르는 이런 개입 없이는 더 심각한 파국을 맞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자유시간은 점점 더 희귀해져 특권층만의 자원이 될 것이다.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와도 일을 중심에 둔 사회 진보 이상을 계속 ..
2019.04.07 -
채식주의자 - 한강
그렇게 그녀는 영혜의 운명에 작용했을 변수들을 불러내는 일에 골몰할 때가 있었다.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 나무불꽃,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리디북스에서 막 엄청 밀어주기도 했고 ro언니가 읽었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덩달아 읽어봄.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를 거쳐 거의 거식증에 가까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데, 이 과정을 처음엔 남편, 다음엔 형부, 마지막으로 친언니의 시선으로 적은 세 편의 연작 소설이 바로 이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뭔가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일갈 같은 건가, 이 여자가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 같은 걸로 나오는건가 싶었는데..
2016.07.10 -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는 줄 알았다면 후기를 더 빨리 썼을텐데 늑장부리다가 이제서야 올림. 본의 아니게 은둔생활을 하게 된 지난 몇 주간 생각 없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오베라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왠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가 올리던 포..
2016.06.06 -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 - 찰스 슐츠
사물의 즐거운 면을 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가장 밑바닥에 있을 때, 모든 것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뜻밖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행복에서는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행복한 상태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 유머는 슬픔으로부터 나온다. #. 시간 때우려고 홍익문고 들어갔다가 예뻐서(...!) 구매한 책 ㅎㅎ 예전에 어쩌다가 우리 집에 굴러들어온 피너츠 단행본 1권을 진짜 지겹도록 읽고 또 읽었던 기억도 있고, 스누피 마을 게임도 엄청 열심히 했고 ㅋㅋ 해서 왠지 정감 가는 마음에 집어들었는데,찰스 슐츠 아저씨가 이런 저런 기회들을 통해서 끄적이거나, 기재하거나, 발표한 글들을 모아둔 에세이였다. #. 읽다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됨. 일단 찰스 슐츠, 스누피를..
2016.05.21 -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 김하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경우 현실주의자는 그 일을 그냥 내버려두지만, 낭만주의자는 그 소동을 깨끗이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쫓겨 무언가 해명을 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나름 광고쟁이 언니를 두고 있어 저자가 대표로 있다는 bbtt를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발견하여, 아픈 머리 쉬일 겸 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 뭔가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을 하나씩 테마로 잡고, 거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생각나는대로 모조리 대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뭔가 김난뭐 그 누가 쓴 2015년 트렌드 서적 같은 걸 읽는 기분이 떠나질 않고, 구석구석 매우 강하게 드러나는 현 정부에 대한 반대 성향이 드러나는 문구들은, 나와 같은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와..
2015.12.09 -
스노우맨 - 요 네스뵈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바라보는 방향이 잘못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눈사람이란 원래 길가 쪽, 그러니까 열린 공간을 바라보며 서 있는 법인데. 제주혼자여행의 백미였던 추리소설. 원래는 잡화상 어쩌구 그 일본작가 소설을 읽을까 했는데, 리디북스 추리소설 코너를 뒤덮은 요 네스뵈를 발견. 검색해보니 해리 홀튼 반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여러 편의 추리소설을 내놓은 바 있고, 뭐 유럽 석권 노르웨이 뭐시기 어쩌구 저쩌구 여튼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에, 난데없이 경제학자 출신이던가 뭐던가. 사실 노르웨이라 반가워서 좀 관심갖고 찾아봄. https://mirror.enha.kr/wiki/%ED%95%B4%EB%A6%AC%20%ED%99%80%EB%A0%88%20%EC%8B%9C%EB%A6%..
2015.05.09 -
카스테라 - 박민규
이십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눈과 귀와 코를 고, 한 인간이 보편적인 인류의 한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다. 결국 나는, 150미터의 대왕오징어를 15센티미터로 정정하는 인간의 기분 같은 것을, 이해하는 인간이 되었다 - 대왕오징어의 기습에 대해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고, 아주 많은 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저절로 버려졌다. 언제 어느 때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 갑을고시원 체류기 처음엔 신선하다고 생각했고, 중간엔 허세부린다고 생각했고, 막판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처음엔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신선했고, 중간엔 지나치게 있어보이려는 느낌의 문장들이라고 생각했고, 막판엔 통찰(이라고 부를 수 있다..
201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