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bouquin(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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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p.60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상호작용은 실재를 공유하면서 그 존중을 강화한다. 모르는 척해주는 익명의 대학생이 고마워서 그를 존중하며, 자신을 존중하려 애쓰는 자폐아 부모의 노력을 아는 대학생은 더더욱 무심한 척 책으로 눈길을 돌린다. 타인이 나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게 되며, 나를 존중하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존중하게 된다. p.63 반면 품격을 위한 퍼포먼스에서는 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실재를 공유할 필요가 없고, 서로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필요하지도 않다. 품격 있는 권력자의 고매한 태도를 연출할 때, 의전을 수행하는 실무자는 그 무대에 굳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p.64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극명하게 ..
2020.06.22 -
독서일기: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이민경
p.21~25당신이 계속 인내하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차별받아 본 적 없는 이가 어떤 차별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건 차별받는 이의 입장입니다.(...) 차별은 수치나 공신력 있는 근거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수치로도 명백히 입증되고 있으나, 당사자가 직접 느낀 고통이 먼저이며 그게 더 중요합니다. 그게 쌓여 수치가 되고 기록이 되는 거니까요. p. 27그런데, 차별이란 애초에 설득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자는 팔짱을 끼고 앉아, 열심히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약자의 '자기 얘기'를 듣습니다. 강자는 약자의 경험마저 쉽게 얻습니다. 당신이 이런 대화에서 상처를 받았다면 상대가 자신에게 부족한 차별의 경험을 나눠달라고 ..
2020.04.08 -
독서일기: 시민의 교양 - 채사장
p.151 시간을 박탈당한 노동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다만 피상적인 현실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할 주체는 무능력한 노동자가 아니라, 교육받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p.182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p.242~244 평균적인 성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고, 평균적인 소득으로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성된 사회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사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이..
2020.03.16 -
독서일기: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p.246 - 작가의 말 중에서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 구병모 작가의 2019년작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소문을 들으며 작가의 이름을 익혔던 터였다.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빵사 주인공 이미지 연성 이런거 (나의 마법사는 저렇지 않아! 뭐 이런 절규)에도 몇 번 노출됐고, 차별 없는 등단 기회를..
2020.03.13 -
독서일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로로씨가 나에게 선물해줬지만 정작 본인은 읽지 않은 채라 감상을 나눌 수 없었던 관계로 적어보는 책 리뷰. #. 이 책을 읽을 때 나에게는 세 가지의 새삼스러운(?) 모먼트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 책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포함한 8개의 짧은 단편 모음집인데, 나는 단편 소설집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첫 번째 단편인 '잘 살겠습니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연결되기를 기다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책 끝을 접다' 페이스북에서 눈치 없이 결혼 전 날까지 청첩장 받아가고 축의금도 안 낸 회사 언니가 결혼하면서 청첩장 돌린 썰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 책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 편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이고, 셋째는 장류진 작가의 등단작인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비 ..
2020.03.12 -
독서일기: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p.16 테크 기업들은 소중한 어떤 것을 파괴하고 있다. 바로 '사색 가능성'이다. 그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뭔가를 보고 있고, 늘 주의 산만한 상태로 사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p.128 미국의 현대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런 상황을 "총체적인 소음(Total Noise)"이라고 불렀다. 총체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 주의력이다. 따라서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 p.182 그런 걱정은 우리의 몫이므로, 우리가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다. #. 프랭클린 포어는 뉴욕 매거진, 뉴리퍼블릭 ..
2020.02.12 -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p.30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p.69 결국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인 수직적 가치관을 버리고 수평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p.76 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투영하여 과잉 열광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문유석 판사 편을 듣..
2019.08.14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p.251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 아마도 트위터에서 영업을 당한 책이었겠지. 김하나 님의 트위터는 이미 팔로 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나니 김하나 님이 너무 좋아져서 이 분이 진행하는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보니, 2..
2019.08.13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p.13 고된 노동을 옹호하는 윤리가 다시금 입지를 다지고, 고용 가능성은 우리 야망을 자극하고 관계를 조정하며 교육 체계를 바꾸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용 가능성이나 경제적 필요와 상관없이 어떤 행동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는다. p.53 모든 사람이 고된 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해 결국에는 경제적 영역을 실제 필요에 종속시키는 정치적 개입이 힘을 얻기 바랐다. 고르는 이런 개입 없이는 더 심각한 파국을 맞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자유시간은 점점 더 희귀해져 특권층만의 자원이 될 것이다.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와도 일을 중심에 둔 사회 진보 이상을 계속 ..
2019.04.07 -
채식주의자 - 한강
그렇게 그녀는 영혜의 운명에 작용했을 변수들을 불러내는 일에 골몰할 때가 있었다.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 나무불꽃,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리디북스에서 막 엄청 밀어주기도 했고 ro언니가 읽었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덩달아 읽어봄. 영혜가 갑자기 채식주의자...를 거쳐 거의 거식증에 가까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데, 이 과정을 처음엔 남편, 다음엔 형부, 마지막으로 친언니의 시선으로 적은 세 편의 연작 소설이 바로 이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뭔가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일갈 같은 건가, 이 여자가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 같은 걸로 나오는건가 싶었는데..
201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