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6. 13:27ㆍmy mbc/bouquin
p.151
시간을 박탈당한 노동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다만 피상적인 현실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할 주체는 무능력한 노동자가 아니라, 교육받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p.182
시민에게는 의무가 있다.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임 말이다.
다만 세계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토대로 개별 사안을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있어야 한다.
p.242~244
평균적인 성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고, 평균적인 소득으로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성된 사회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사회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이라는 형식을 거쳤기 때문이다.
(...) 어떠한 평가가 되었건 그에 따른 결과가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중간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평가라면, 그 경쟁은 정의롭지 않다.
p.380~381
부르디외는 그러한 일관된 행동 패턴으로서의 습관은 계급적이고 구조적인 사회적 환경이 나에게 내재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즉, 나의 취향은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계급적인 취향이다.
(...) 우리가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취향과 성향과 선택은 나의 것이 아니라 계급적인 것이다. 이것이 아비투스다. 사회적 계급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 나의 사고와 행동의 패턴.
p.393
문제는 저성장과 경기침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상징적 폭력에 있다. 성장만이 정상이고 경제적 성공만이 유일한 목표라는 지난 시대의 가치관을 부여잡은 채, 앞으로의 시간을 비정상으로 규정할 사고방식이 문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할 가치관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성장의 담론을 내려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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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부모의 그늘 바깥으로 아주 조금 더 나오게 되면서, 그리고 내 주변에 부모가 된 친구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돈이 모이지 않는 통장을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나는 나의 20대를 그렇게까지 방탕하게 책임감 없이 살지도 않았고, 될 대로 되란 식으로 포기한 적도 없었고, 내 몫을 다 하기 위해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기준에서 보면 나는 무책임해 보이고, 쉽게 포기한 것처럼 보이고, 내 몫을 다하지도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기준이란 것이 결국 '돈'이 되는 결정을 내려왔는가로 정해져 있는 게 요즘 우리네 삶인 것 같다. 지금 와서 예전에 내렸던 결정들에 대해 내 스스로 느끼는 후회가 있다면, 그 역시도 단 한 가지, '돈'이 되는 결정을 하지 못 했던 점, 그래서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그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모름지기 '돈'이 되는 결정이 올바른, 또는 필요한 것이라고 대놓고 교육 받은 적은 있었던가? 취업 준비 할 때, 대학을 선택할 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나보다 그 사실을 먼저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고, 나는 뒤늦은 30대에 결혼하고 나서야 대책 없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게, 정말 나라는 인간 개인의 잘못 된 선택과 무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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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편한 마음으로 분노하며, 운석종말론만 외치고 있던 나에게 정부의 종류에 따른 역할, 그 안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는 이 책은 매우 유용했다. 읽다보면 이 정도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어야 했던 것 같은 기분이긴 한데, 임금노동자의 삶을 시작하고 난 뒤 읽어보니 이렇게 쏙쏙 와닿을 수가.
그리고 나는 성취와 보람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임금노동자 주제에, 일을 통해 내 삶의 가치를 발현하고자 헤매느라 방황했던 20대를 종료하고, 무의식적 깨달음으로 월급루팡의 위치에서 존버를 시작한 일개 시민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극단적으로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큰정부주의 소득격차완화 수평적 평등을 갈구하는 사람으로 변해오고 있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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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조카가 사는 세상, 친구들의 자녀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느낀 답답함이 무엇인지도 조금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경쟁을 거친 결과라고 해서 늘 정당할 수 없는 세상인데, 그것 말고는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다른 답을 알지도 못 하는 어른들 때문에 너네가 고생이 많구나...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말은 많지만, 팟캐스트 그알싫 2월 8일 업로드 된 354c. 시사 아카데미: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 편에서 유사한 결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냥 링크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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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사회정치역사적으로 좀 무식한 편이다. 어떤 뉴스를 접했을 때 느낌적인 느낌으로 분노하거나 공감할 뿐, 제대로 뇌를 거쳐 곱씹은 언어로 표현할 줄 모른다는 것이 현대 사회 일원으로써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그 동안 민주주의 / 자본주의 / 사회주의 / 공산주의 개념을 줄 세우고 엮어보라고 하면 좀 오래 생각해 봐야 하고, 누군가가 사회 복지 뉴스에 대고 아이고 아까운 내 세금 이라고 외칠 때 대꾸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고, 유치원 초등학생 아이들이 영어에세이를 쓰고 무슨 논리수학을 한다고 해도 아이고 저런- 말고는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였지. 심지어 투표를 할 때도 공약집을 몇 번 들추어 읽는 척만 하다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뭔가 그나마 좀 더 올바를 것 같은 정당과 사람을 뽑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나 같이 시민으로써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한다. 어떻게 보면 투표 장려 목적으로 이 글을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나에게 너무 필요했던 지침서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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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것 같아도, 다시 읽어보면 아는게 없었던, 교양없는 나에게 추천.
2020.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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