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2. 12:41ㆍmy mbc/bouq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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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씨가 나에게 선물해줬지만 정작 본인은 읽지 않은 채라 감상을 나눌 수 없었던 관계로 적어보는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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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 나에게는 세 가지의 새삼스러운(?) 모먼트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 책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포함한 8개의 짧은 단편 모음집인데, 나는 단편 소설집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첫 번째 단편인 '잘 살겠습니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연결되기를 기다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책 끝을 접다' 페이스북에서 눈치 없이 결혼 전 날까지 청첩장 받아가고 축의금도 안 낸 회사 언니가 결혼하면서 청첩장 돌린 썰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 책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 편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이고,
셋째는 장류진 작가의 등단작인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비 홈페이지에 무료 공개 된 링크가 트위터에서 엄청 흥하며 나에게까지 흘러와 이미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책에서 다시 만난 같은 글의 중간 이상이 넘어가도록 그 기시감의 근원을 찾지 못 해 방황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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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 혼자 뻘쭘함을 겪으면서 읽어 내려간 8편의 글들은 어느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모두 매력적이었다. 직장 생활은 특히 리얼하게 그려졌고, 연인이나 동료, 사회생활이나 개인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관계의 문제들도 매우 현실적이었다. 작가가 실제 IT 회사 근무 경험이 있는 '일반인(?)' 이었어서일까.
특히, 청소연구소의 서비스를 신청해 두고 집에 오실 도우미 분의 쾌적한 업무 환경(?)과 나의 가오(?)를 위해 집을 미리 정리하고 치워본 경험이 있는 나, 수 많은 가사 도우미와 육아 도우미 분들을 거치며 데이터가 쌓인 친언니 등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도움의 손길'이라든가,
어디선가 나도 직접 보거나 전해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어떤 찌질한 남자의 초상이 그려진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등은 개인 경험에 비추었을 때도 꽤나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고,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새벽의 방문자들', '다소 낮음' 등은 꼭 나의 그것은 아니더라도 요즘 세상을 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탐페레 공항'.
유일하게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났던 편이었는데, 생각난 김에 집에 가서 한 번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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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에 붙어있는 서평인지 뭔지 누군가 정리한 글을 읽었더니 이 작가와 글의 매력이 더욱 명료해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 책 없이 리뷰를 적고 있어서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우리네 삶을 매우 리얼하게 꿰뚫으면서도, 그냥 현실적이기만 한게 아니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
202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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