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2020. 2. 12. 13:12my mbc/bouquin

p.16 

테크 기업들은 소중한 어떤 것을 파괴하고 있다. 바로 '사색 가능성'이다. 그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뭔가를 보고 있고, 늘 주의 산만한 상태로 사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p.128

미국의 현대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런 상황을 "총체적인 소음(Total Noise)"이라고 불렀다. 총체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 주의력이다. 따라서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 

 

p.182

그런 걱정은 우리의 몫이므로, 우리가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다.

 

 

#.
프랭클린 포어는 뉴욕 매거진, 뉴리퍼블릭 등의 전통적인 페이퍼 매체에서 에디터로 일하며 인터넷(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한 인물.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거대 테크 기업들의 독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가 자각 없이 생각을 잃어갈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데,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다.

 

초반에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사례를 그의 분노와 함께 읽어 내려가면서 같이 분노하고, 새로운 형태의 게이트키퍼로써 데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을 독점한 기업들이 어떻게 지금의 구조를 만들었는지 살펴보다 보면, 스스로 사고/사색하는 능력을 어떻게 '빼앗기고' 있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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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0여년전부터 우리 나라의 검색 결과를 갖고 노는 n사를 보이콧 해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초록창의 노예가 된 홍마 업계인으로써..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기대어 돌아가는 지금의 업계를 신랄하게 파헤치는 이 글을 읽으며 슬픈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었다. 

 

주커버그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땅에 자리를 잡고 서서, 어떻게 해야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최적의 형태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어찌보면 얼마나 무력감 드는 일인가. '알고보면 놀라운 O가지 사실' 같은 것들이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클릭하여 스크롤을 내리는 일이 얼마나 수동적인가.

 

지금의 사람들이 먼저 어떤 유형의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인지, 혹은 누군가 그렇게 유도한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면 여전히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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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내가 주로 옮겨 적은 문구들을 보아하니, 지금의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결국, (1) 인스타그램 시작과 함께 긴 글 쓰기를 포기하게 된 일 (2) 의견이 대립되는 주제에 대한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파악하되  스스로 가치판단 하지는 않게 된 일, 결론적으로 '주체적인 사고를 멈추게 된 일'인 것 같다.

 

이 현상은 인터넷 시대에서 모바일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사건이자 개인적 퇴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이 어떤 흐름에 의해 '빼앗긴'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글쓴이의 바램대로 이를 있는 힘껏 경계해야 할까, 아니면 이 빠른 물살에 그냥 이대로 몸을 던져 둥둥 떠내려가면 될까. 

 

내가 어떤 뉴스를 보았을 때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위험한 세상이 된 것은 명확한데,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읽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데다 심지어 그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어 매우 피로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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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터넷 서버의 폭망을 꿈꾸며... 

 

 

2020.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