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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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
#.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가 처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헐리우드 문을 두드렸을 때, 러닝타임 내내 관 속에 틀어박힌 남자 말고는 보여주는 게 없다니 뭐 어쩌쟈는 거냐며 거절당했었다고, 그런 얘기를 어디서 줏어들은 적이 있었는데, 라이언레이놀즈가 기적적으로 오케이를 해주셨다는 뭐 그런거였던 듯. 그래서 궁금했다. 그래, 뭐 어쩌자는건데? #. 한 시간 반 동안 영화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비좁은 공간만을 보여주지만, 앵간한 블록버스터 스릴러 액션 영화보다 훨씬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물론 흥미진진하다고 하기엔 불쌍한 주인공에게 좀 못 할 말 같기도 하고;ㅁ; #. 과연 어떤 요소가 이렇게 미칠듯한 긴장감을 부여하느냐 하면, 바로 인간이다. 그가 속해 있던 사회의 사람들, 그를..
2011.01.23 -
눈을 떠야 한다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 아이 엠 러브를 봤다. 영화 감상평을 적기 전에 이렇게 주절대기 시작하는 이유는,도무지 이런 느낌을 준 영화를 만난 게 너무 오랜만, 혹은 처음이라,지금 이 기분을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글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고 리사이징을 하고 뭐라고 감상평을 적을까 고민하는,작위적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지금 느껴지는 이 먹먹한 기분을 가진 그대로 주절댈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평소 때 나오던 출구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달무리 진 구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람에 쓸려 지나가고,이어폰도 없이 생으로 느끼는 파리의 밤거리에는,나지막한 조명과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 그리고 지나다니는 몇몇 사람 말고는,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너무 낯설고..
2011.01.14 -
싱글맨 -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물론 소수집단도 우리와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자유주의자의 히스테릭한 모습은 아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주의자의 생각에 빠지면, 흑인과 스웨덴 사람 사이에 아무 차이도 볼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게 됩니다... ... . (...) 우리는 소수집단이 보고 행동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소수집단의 결함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소수집단을 좋아하지 않거나 미워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가짜 자유주의 감상주의로 우리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디자이너 톰 포드가 감독하고 콜린 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이, 200여페이지 남짓하는 작고 가벼운 책 한 권이라는 사실에 혹 하기도 했고, 한 글자 한 글자 모여들며 시작하는 첫 문장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201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