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꼼수_ 목욕했수다
줏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씻은 꼬질꼬질 꼼수. 오늘 드디어 목욕했음. 높이가 높은 플라스틱 바가지에, 뜨신 물 담고 고양이 샴푸 풀고, 온가족이 달래가며 애를 그냥 넣어버렸음. 비눗물로 조물락댔더니 땟국물이 좔좔 흘러서 모두 경악했지만, 애가 놀랄까봐 애써 웃으며, "아이 이쁘다" "아이 따뜻해" "아이 착하다" "아이 깨끗해" 하면서 어르고 달램. 내 생애 그렇게 얌전한 꼼수는 잘 때 빼고 처음 봤음. 물에 젖으니까 완전 볼품없은 우리 불쌍한 꼼수는 낑- 소리 하나 못 내고 샤워기 세례까지 잘 참으심. 맨날 내가 머리 말릴 때 멀뚱멀뚱 바라만 보던 그 드라이기에 공격도 받았는데, 아마 앞으로는 아침마다 도망갈 듯. 여튼 우리 꼼수 뽀송뽀송 아이 이쁘다. 폭풍그루밍 중 드디어 흰색이 흰색이 됨
201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