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p.156 "이 막 흔들려 가지고 마지막에 거의 다 됐을 때 엄청 떨리는 거, 선생님도 알죠?" "기억하세요?"가 아니라 "알죠?"다. 나도 당장 아홉 살로 돌아가 "당연하지!"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뺀 이는 사랑니로 그것도 십수 년 전이고 마취도 했었지만, 어쨌든 겁에 질렸던 건 마찬가지니까. p.190 규민이가 나한테 과자를 줄 때 잘 하는 말, "이거 꼭 먹으세요"는 어떤가. "드세요"보다 "먹어"가 훨씬 강력한 요구다. 상대에게 맛있는 걸 꼭 먹이겠다는 굳은 의지는 존댓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규민이의 "먹으세요"가 너무 좋다. (...) 어른들은 흔히 "애들을 위해서 말을 가린다"라고 하는데 어린이야말로 말조심을 한다.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