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2010. 3. 2. 09:41my mbc/cinéma

계속 되는 사랑영화가 살짝 물리려고 하는 시점에 딱 맞춰 나타난 영화 밀크.

블루컬러와 숀 펜의 환한 웃음이 어우러진 포스터가 말캉말캉해보여도,
이 영화, 전혀 만만하지가 않았다.



#.
예고편을 봤을 땐,
아아 미국 최초 게이 시의원이 탄생하는 내용이구나-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아아 이건 대체 뭔가 싶다.


#.
첫 인상.

말투와 목소리 표정, 손짓 하나하나 정말 뼈속까지 게이같은 숀 펜의 연기가,
정말 너무 자연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그런 느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 앞머리부터 덜컥 들어와버린 하비, 제임스 프랭코
그 러블리한 미소와 눈웃음이라면 전미(全美)게이가 몰려들만도 하지.


하비를 향한 밀크의 사라지지 않는, 사라지지 않을 그 감정과,
옆에서, 혹은 뒤에서 언제나 지켜봐주는 하비에 대한 신뢰는,

영화 초반부에 흑백사진기로 남긴 스냅샷 몇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 보다는,
바로 여기 (← 클릭 필수!) 그 장면이 제일 잘생기고 멋있게 나왔달까 ㅋㅋㅋ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 스파이더맨원투쓰리에 납신 몸이시라네.
왠지 그 땐 인상만 쓰고 있어서인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걸, 쏴리 맨-

하이스쿨뮤지컬에서 악역과 선역(?)을 왔다갔다하는 귀여운 남동생 역할로 나왔던
루카스 그래빌 (← 역시 클릭) 얼굴도 나름 반갑다. 여기서는 포토그래퍼.




#.
영화의 초반부는 (제임스 프랭코 덕분이 아니더라도*_*) 오히려 즐거운 느낌.

소수집단으로 여겨진, 또 스스로 그렇게 여겨왔을 게이들은,
언제나 파티처럼 복작복작 즐거운 그들의 게토, 카스트로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소수집단의 세력화 과정이 게이Gay들이 가질 수 있는 유쾌한gay느낌으로 다가온다.



#.
그러나 메가폰을 잡은 밀크가 그들을 불러모으게 된recruit 절대적인 원인은 결코 즐겁지 않다.


영화는,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 말 한마디부터 공권력을 이용한 진압에 이르는,
다수집단이 행사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들을 억누르고 반대하는 것에 저항하는 소수집단의 최종 목적이
생존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주지시킨다.


대체 이게 얼마나 불편한 진실인가.


#.
유독 그 시대의 사람들만이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했던건가,
아니면 불행하게도 현 시대의 사람들 역시 그러한 능력이 부족할까.

우리가 뭐 그렇게 고급스러운 사회화를 통해 쉽게 변하는 종족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유독 우리보다 멍청하게 솔직했을 뿐,
지금의 우리들이라고 뭐 그렇게 다를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밀크가 이룬 승리는,

지금의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이 틀린wrong 사람이 아님을 받아들이자고 소리친대도,
스스로 덜 부끄러울 수 있도록 도와준 그런 느낌.


#.
이 배우들이 얼마나 실제 인물들과 흡사하게 그려졌는 지 보게 되면,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그들이 나눈 키스와 마지막 전화통화.


내가 요 근래 보았던 그 어떤 사랑영화에서보다,
더 가슴 저리게 애잔한 여운을 남겼다.


10.02.26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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