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0. 3. 7. 07:40my mbc/cinéma



아바타도 그렇고 앨리스도 그렇고,
나 3D로 이만큼 만들 수 있어요- 라고 자랑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 뭐임.



#.
하필이면 이번 주 씨네21의 앨리스 기획기사를 살짝 엿본 탓에,

팀 버튼이 2D로 찍은 뒤 3D로 바꾸는 게 뭐 어때서- 라고 역설했다는 사실과,
이 영화의 평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선입견을 가득 안고 보게 되었음은 인정.


그러나 역시,

2D로 보는 게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3D 안경을 쓰면 명도가 약 -50으로 떨어지는 느낌?

물론 19세의 앨리스가 다시 찾은 원더랜드가,
오리지널과 달리 팀 버튼 특유황폐하고 황량하고 음울한 느낌이란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그래도 너무 화면이 어두워서 답답했다.
2D로 봤으면 그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화려한 색감을 느낄 수 있었을 듯.



#.
이상하게 원더랜드에 떨어진 직후의 앨리스가 은근히 섹시한 느낌*_*

키가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옷을 여러 번 갈아입으시는데,
특히 허여멀건한 피부와 금발머리가 어우러져 유난히 여성미 넘치신다능.

모자장수 조니 뎁의 그 또랑또랑(할 수 밖에 없이 큰) 눈망울에,
얼핏 비친 사랑의 감정이 언뜻 이해가 간달까.


#.
영화의 스토리는 쏘쏘.

디즈니 고전만화로 접했던 앨리스의 등장인물들을 되새김질 하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빨간여왕과 하얀여왕 자매의 대립구도에 도무지 몰입이 되질 않았다.

대체 빨간여왕은 왜 나쁘다고 몰아세우고,
하얀여왕은 뭐 그렇게 예쁘다고 추켜세우는거야.


그러고보니 팀 버튼 영화에서는 항상 이런 류의 애정결핍형 캐릭터가 늘 존재해온 듯.
아아 언니 힘내요



이 영화의 모든 캐릭터가 그러하지만,
앤 해서웨이의 하얀여왕 캐릭터의 과장된 정도는 왠일인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그 뱅글뱅글 도는 몸짓과 저 우아한 손동작 어떡할거야. (웃겨)

왠지 매너있지만 냉소적이야.
특히 지 언니한테 하는 거 보니까 딱 얄미운 스타일.



#.
그리고 앨리스의 자아찾기에도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너무 급하게 치워버리는 느낌이랄까.

나는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뿅이라고 해.
내 아부지는 OO씨, 어머니는 OO씨,
그리고 나에겐 OO라고 언니가 한 명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자꾸 나한테 누구냐고 묻지마.
난 이 시대 진보여성의 대표주자가 될 거라구.

뭐 이 정도의 간략한 자소서로 자타공인 자아확립이 가능한 원더랜드.


#.
뭐 다 쓰고나니 왠지 굉장히 영화에 불만족한 것 같지만,
사실 나름 재밌게 봤다는거-_-


아마 조니 뎁이 조니 뎁처럼 안 생기게 나와서 몰래 실망한걸지도;ㅁ;
그런 풀 메이크업에 써클렌즈로는 도무지 당신을 알아볼 수가 없잖아.



#.
그나저나 왜 이렇게 갑자기 3D 영화를 쏟아내는건지 잘 모르겠다.

물론 훨씬 생동감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내는 그 기술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날로그형 인간인 나는 영상의 과도한 생동감이 너무 부담스럽다;ㅁ;

뭐 괴물 같은 게 달려들기라도 하면 아주 튀어나올까봐 무서워 죽겠다.
그냥 적당히 화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 내 눈 앞으로 튀나오지 좀 말고;ㅁ;ㅁ;ㅁ;



10.03.06
CGV영등포스타리움



'my mbc > ciné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 디 에어  (8) 2010.03.15
프롬 파리 위드 러브  (2) 2010.03.15
2월의 영화목록  (0) 2010.03.02
밀크  (4) 2010.03.02
어웨이 위 고  (7) 201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