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에어

2010. 3. 15. 20:35my mbc/cinéma

조지클루니,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남좌.



#.
조지 클루니도 조지 클루니지만,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오프닝크레딧이 영화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

영화 보면서 '아 과연 이 장면들 네이버에서 사진 구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당당하게 네이버 영화포토에 들어있더라.

/감사



#.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주창하는 중년남성과,
들러붙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 쏘쿨한 중년여성,
월드와이드웹 온라인 세대의 휴머니스트 스물셋 어린이.

등장인물 라인이 얼추 좌충우들 로맨틱 코미디 쯤 될 것 같은데,

막상 들여다보니,

인간관계(가족, 연인, 혹은 나를 해고하겠다고 찾아온 생판 남과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함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서 얘기해주는 로맨틱+코믹+휴먼다큐 였달까.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교훈을 주면서 각자의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는 바람직한 이야기다.


#.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나 그들이 맺는 관계,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해고장면 등등,
하나같이 과장됨이 없이 간결하게 묘사된 느낌.

대신 아주 스물스물 잠식하듯 들어와서 내 맘을 뒤흔들어놓는다.



#.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생각을 남과 나누는 (혹은 남의 생각을 나누어 받는)  그 과정이,
적당히 합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말하자면,

A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B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 B처럼 개화되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A의 성격이 B도 만나고, C도 만나면서 그 중간의 어디쯤, 아마도 AbC' 정도로 변화하는,

그런 수준 말이다.

영화는 그 수준을 지키기 위해 후반부에 들어서 적잖이 충격적인 내용을 선사;ㅁ;



#.
제대로 읽은 적도 잘 없지만,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스타일의 자기계발서 항목에 드는 그런 류의 책들, 난 별로 싫어하는데,

첫째는, 말이 쉽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고,
둘째는, 너나 잘 하세요- 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너무 편협한가-_-?

자신의 인생관에 얼마나 확신이 있으면,
남한테 나처럼 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난 A라고 믿고 살았는데 살다보니 Ab도 있고 AbC'도 있으면 뭐 어쩔.
그 때 가서 웁스- 하고, 책 한 권 다시 써야하나.


난 이렇게 살았어요, 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난 잘 모르겠어요- 정도면 충분할 듯.


아, 이래서 내가 충고에 쥐약인가.




#.
해고대행을 하는 장면들에서는 늘 먹먹한 기분이었지만,

특히나 회의실 벽 하나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을 해고하던 그 때는,
나에게까지 왠지모를 무력감이 전달되는 듯한 그런 느낌.


#.
영화 속 남녀관계에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전화연락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에 있다.


#.
리틀 애쉬 이후로 간만에 미주알 고주알 속속들이 떠들고 싶어지는 영화를 만났군.




#.
그나저나 조지 클루니.
당신이 진정한 꽃중년-_-)b


10.03.13
롯데시네마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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