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31. 00:08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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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영화인데, 나와 함께 조동필의 '겟아웃'을 그닥 큰 감동 없이 봤던 남편이 '어스' 대신 이 영화를 봐야된다고 주장하여 아무 생각 없이 관람하게 된 경우.
그러나 득달같이 리뷰를 적는 것은 당연히 88분 러닝타임 동안 매우 몰입하게 만든 박수 짝짝 영화이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잘 믿지 않는) 로튼 토마토 지수도 99% 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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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내일이면 뭔가 엄청 중요한 일을 치러야 하는 것 같은 경관 아스게르가, 아마도 원래 본인의 보직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긴급구조센터 전화 교환 업무를 보는 마지막 날의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끝난다.
너무 아무 정보도 없었던 상태라 이렇게 스크린으로 보이는 정보가 극히 제한된 영화인지조차도 몰랐는데, 가장 최근에는 (모던패밀리 에피소드가 원조라는 의혹 아닌 의혹을 받고 있는) 영화 서치가 뭔가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겠고, 사실 그것보다는 2010년 영화 베리드가 훨씬 더 유사한 느낌이다.
베리드와 더 길티의 같은 점이 있다면, 당연히 주인공이 제한 된 공간에 머무르면서 이 곳 저 곳에 돌리고 받는 전화 통화만으로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것이겠고.
다른 점이 있다면, 베리드에서는 우리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너무 빤히 보고 알고 있는 반면, 더 길티에서는 어느 순간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진짜 상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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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 하나 누워 있기도 비좁은 관 속에서 베리드를 완성해 낸 라이언 레이놀즈도 대단하지만, 아스게르를 연기한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씨도 대단하다.
영화에서는 사무실 전경이 보이거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책상 앞에 앉아서 헤드셋 끼고 통화하는 장면 뿐인데, 눈빛이나 입꼬리로 만드는 표정이나 크고 작은 손짓, 몸짓들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대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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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더 길티가 베리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S.O.V.가 거의 ASMR 영상 급으로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것.
(늘 어떤 엄청난 단서를 주는 건 아니지만) 자동차에 타는 소리, 와이퍼 작동하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등등 상대방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청각 자료들을 주인공과 함께 모아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는 만큼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느낌.
거기다 통화연결음만 오래 지속될 때의 답답함, 통화를 하고 싶은데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때의 답답함, 정작 기다리는 전화가 오지 않을 때의 답답함 같은 것들이 마치 집에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안 들어오고 있으면서 전화도 잘 안 받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기다릴 때의 내 마음이랑 비슷해서 더욱 몰입이 됐는지도 모르겠닼ㅋㅋㅋㅋㅋ (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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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어떤 경험과 그로 인한 심신의 상태, 또 그로 인해 생겨 나는 어떤 집착 같은 것, 이어지는 자각과 고백이 매우 인텐시브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상상력과 몰입도, 집중력이 다 하는 영화.
나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고 또 궁금한데,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이미지와 설명은 굳이 하지 않는 걸로.
+ 정작 영화를 추천한 남편은 나만큼 재밌게 본 것 같진 않았다 ㅎㅎ
2019.03
@CGV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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