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이 세상에서
넘어진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다. 아침에 전철역에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왠지 전철이 곧 도착할 것만 같아서, 스텝을 좀 더 다다다다- 하게 밟아주려던 순간, 바지 밑단 접어올린데에 구두굽이 걸려서, 두 다리가 하나가 된 채로 넘어졌다. 아니, 이건 떨어진거다. 계단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말 앵간해서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창피한 듯 한 번 미소 짓고,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야 정상인데,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차에 받혀 쓰러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아침 출근길이 바쁘신 야속한 사람들은, 발길에 채이는 아낙네 따위는 무시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나를 피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내 핸드폰을 피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내 지갑을 피해서, 홍해 갈라지듯 양쪽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아픈것도 아픈거..
201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