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이 세상에서

2011. 10. 6. 09:56journal

넘어진다는 것은 정말 서러운 일이다.

아침에 전철역에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왠지 전철이 곧 도착할 것만 같아서,
스텝을 좀 더 다다다다- 하게 밟아주려던 순간,

바지 밑단 접어올린데에 구두굽이 걸려서, 두 다리가 하나가 된 채로 넘어졌다.

아니,
이건 떨어진거다.

계단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말 앵간해서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창피한 듯 한 번 미소 짓고,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야 정상인데,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차에 받혀 쓰러진 사람처럼 앉아있었다.

아침 출근길이 바쁘신 야속한 사람들은,
발길에 채이는 아낙네 따위는 무시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나를 피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내 핸드폰을 피하고,
바닥에 널부러진 내 지갑을 피해서,

홍해 갈라지듯 양쪽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아픈것도 아픈거고,
쪽 팔린 것도 쪽 팔린 거지만,
왠지 서러웠다규 ㅠㅗㅠ

그렇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핸드폰도 줏어주시고,
무릎걱정도 해주신 한 분이 나타났기에,
그나마 훈훈한 마음으로 일어설 수 있었지.

사실 나도 누가 넘어지면,
왠지 금방 일어설 것 같기도 하고,
별로 안 도와줘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넘어진게 좀 웃기기도 해서,
선뜻 안 도와주게 되는데.

마음 바꿨어.

무조건 가서 도와줄거임.


현재 내 무릎은 발열 중.
도가니 부근 약 3cm 반경이 부어오름.

그래, 스티브잡스를 온 몸으로 애도했다고 치자 ㅠㅗ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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