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을 했다.
#. 엄마가 장기여행을 떠나고 안 계시니 더 이상 세탁소 아저씨가 우리 집에 들르지 않으신다. 겨우내 입은 코트와 이젠 더워서 못 입을 봄철 아우터들 드라이를 맡겨야 하는데, 어무이한테 다 떠맡기고 동네 세탁소 전화번호도 내 손으로 눌러본 적 없이 살아온 지난 십수년이 부끄럽다. #. 그러다 어무이가 떠나시기 전부터 난데없이 공기청정기 위에 포개져 있던 내 흰 블라우스가 눈에 띄었다. 벌써 몇 주 째 그 자리에 행주처럼, 수건처럼, 걸레처럼 놓여있었지. 힙라인을 덮을 정도는 아니지만 살짝 펑퍼짐하게 에이라인으로 내려오는 흰 블라우스는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쓰던 팔 토시처럼 어깨 바로 및 부분부터 잔주름을 잔뜩 잡아 부풀어나는 소매 부분이 특징이다. 게다가 얇고 주름이 잘 지는 소재라 한 번 입고 ..
201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