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더 레인

2011. 1. 23. 21:56my mbc/cinéma


#.
포스터만 봤을 땐 이게 뭐 전쟁영화인지 종교영화인지 알 길이 없었는데,
어디선가 호평을 한 글을 읽고 낼름 봤다.

근데 완전 기대 이상,
아주그냥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나왔네.



#.
영화의 배경은 2000년 볼리비아.

콜럼버스와 스페인 정복군 시대에 존재했던 원주민들의 영웅 하투에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볼리비아로 촬영팀과 배우들을 끌고 온 감독 세바스티앙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그의 든든한 동료이자 제작자인 코스타루이스 토사가,

하필이면 민중의 소리, 선봉장에 서 있는 다니엘을 주인공 하투에이로 써버리는 바람에,
볼리비아 물전쟁이 터짐과 동시에 그 사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런 내용이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씨.
왠지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더니만,
수면의 과학에 나오신 분이시라고.



#.
영화 찍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영화 속 영화 이야기와, 영화 속 실제 이야기를 묘하게 버무려서,
이쪽저쪽에서 눈물 콧물 찍 빼게 만드는 엄청난 기법을 사용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기득권, 혹은 침략자에 대항하는 성난 민중들, 원주민들의 현실을 보는 게,
너무 힘들고 답답하다 못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질질 나더라.

물론,

오직 자기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 외에는 돈이고 뭐고 관심도 없는, 그저 사람 좋은 세바스티앙과,
해외투자자들이랑 통화하랴, 원주민 엑스트라 섭외하랴, 제작비 아끼는데 혈안인 코스타.

이 두 사람이 영화 속 영화 및 영화 속 실제 이야기 양쪽의 주인공인 다니엘을 중심으로,
볼리비아의 현실과 부대껴가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바라보는 것 자체도 참 감동적이다.



#.
일당 2달러를 주는 엑스트라 일이라도 당장 필요해서 300m 밖까지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당장 300%나 인상 된 가격으로 수도를 이용하게 하는 난데없는 볼리비아 정부는,

그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받아 쓰기 위해 물길을 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민중을 향한 과잉진압과 폭력을 행사해가면서까지,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전혀 인정해주지 않았다.


#.
이는 잘 살고 있던 남의 땅에 개혁이니 문물이니 하는 것으로 무장하고 쳐들어와서는,
그 민족의 사회도 문화도 그 어떤 것도 인정해주지 않은 채,

결국은 말도 안 되는 무력행사로 결단내버리려고 하는 무식한 선구자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
영화 속 영화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정의로운 이야기에 한껏 취해있던 배우들이,
영화 속 실제에서 정작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들을 옹호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행동이 언제나 따라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영웅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저 옛날 원주민의 모습을 한 채로,
지금의 경찰차를 뒤집어버리는 그들.

과거와 현재의 대조 되는 이미지가,
결국 하나로 합쳐져버리는 순간.

 
6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이 놈의 선진사회라는 것에 질려버렸다.


20/01/11
@UGC les ha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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