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
2011. 1. 16. 23:10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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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했을 때 놓쳤는데 마침 요새 재상영해줘서 운 좋게 보게 된 영화.
틸다 스윈튼이 '나는 이태리 여자가 되어야 했다'고 되뇌이는 예고편의 한 마디에,
왠지 꽂혀서는 이건 꼭 봐야해- 했었더랬다.
게다가 벤자민버튼에서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이 구분 안 가던 그 때,
나니아연대기에서 히스테리컬한 새하얀 그녀를 보았던 그 때,
그런 작은 기억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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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이다.
고백하자면, 어떤 영화가 참 감각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명확한 기준도 없고, 대체 무슨 감각을 어떻게 꼬집으면 그게 감각적인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화,
매우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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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태리 명화를 보고 있는 듯 한땀한땀 정성들인 장면들이 눈을 자극한다.
어찌 보면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새로울 것 하나 없을 도시 곳곳을,
누가봐도 낯설게 느껴질만큼 새로운 앵글을 통해 다시 보여준다.
핀트가 날아간 듯한 클로즈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한 순간에 초점 뒤로 밀어내버리는 과감한 기법도 서슴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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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각적으로는 이태리 명화 같은 섬세함을 보여준다면,
청각적으로는 이태리 오페라 같은 웅장함을 느끼게 해준다.
귀신 영화도 아닌데 보는 내내 온 몸을 움츠리고 긴장하게 되는 것은,
필히 심장까지 울리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 때문이었으리라.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영화음악이 주는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감정이 전해지기라도 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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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녀가 새로운 만남을 갖는 곳,
그 곳은 그녀의 nature에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대리석으로 가득 찬 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
그리고 그 곳이 주는 느낌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은,
지나가는 풀벌레 소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과장되리만큼 확대 된 사운드이다.
이 영화,
절제해야 할 부분과 과장해야 할 부분을 확실히 파악하고 제대로 활용한다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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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그 장면에서는,
미각이 연결 된 소재로 충분한 연상작용을 이끌어내었으니,
이 어찌 오감만족영화가 아니라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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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발을 벗겨주는 남자는,
그녀가 얽매여 있던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만날 수 있는 사람.
그녀의 신발을 신겨주는 남자는,
그녀가 살아 온,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삶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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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녀의 딸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게 아니다.
그녀의 딸이 그녀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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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이태리에 왔을 때부터 아마도 반평생을 함께 했을 그 가정부의 오열은,
어떻게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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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일상의 익숙함에 몸을 맡겨버리면,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
아아 스포일러 안 쓰려고 엄청 노력했더니,
뭔지 전혀 알 수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어.
2011년 아직 보름밖에 안 지났지만,
가히 이는 올해 베스트 영화 다섯 편 안에 꼽힐 것이라고 생각함.
14/01/11
@UGC les ha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