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
2011. 1. 16. 22:22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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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지브리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개봉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개봉한 지 아직 몇 주 되지도 않았다.
이럴 땐 좀 아쉽단 말이지.
모조리 다 내가 먼저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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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모레 수술을 앞둔 연약한 소년 쇼우와,
내 가족의 안위와 나아가 종족의 앞날까지 걱정해야하는 아리에티.
남자애는 오미터만 달려도 숨이차오르는, 가슴을 헉 쥐고 쓰러질 것만 같은, 연약한데다,
함께하는 가족도 없고, 물론 초 인자하고 인간적인 할머니가 계시지만, 여튼 외로운 왕자님 캐릭터.
반면 아리에티는 오미터고 백미터고 못 달려서 안달 난 액티브함과,
엄마아부지 사랑 담뿍 받고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밝은 성격을 가진 모험가 스타일.
둘의 만남이 말 그대로 서사적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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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집 마루 밑에 저런 쪼마난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그런 생각 참 기발하다.
크기의 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표현들이 참 맘에 들었다.
인간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밤마다 인간 집을 드나드는 모험을 감행하는 모습이라든가,
각종 인간들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아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 같은,
그런 아기자기한 표현들도 참 귀엽고.
작은 사람과 큰 사람이 만났을 때,
같은 장면 같은 움직임에서 둘이 느끼는 게 어떻게 다른 지 보여주는,
약간은 물리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장면들도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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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유일한 악역인 하루씨.
근데 뭐 악역이라고는 해도,
어찌보면 인간이라면 응당 저런 반응이 나올 수 있긔 싶기도 하고,
계속 도둑놈들도둑놈들 하면서 히스테릭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래 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림살이 챙겨 온 이 집에,
이런 쥐새끼 같은 사람들이 산다고 하면 뭐 그렇게 좋겠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이 분,
딱히 권선징악의 법칙에 따라 처벌받는다거나 그러지도 않는다.
근데 도통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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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할 클라이막스나 은근 기대했던 극적 마무리 없이,
마치 바람에 나뭇잎 날아가듯 그렇게 수리술렁 흘러가버리는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어딘가 허술하거나 모자란 것은 전혀 아니다.
그간 디즈니식 동화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는데,
가끔 지브리식 동화로 좀 연성화 할 필요가 있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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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영화에서 제일 싫었던 건,
애가 워낙 작다보니까 온갖 곤충벌레와 부대끼며 살아간다는건데.
아 저 장면에선 정말 소리를 지르지 아니할 수 없었다능.
공벌레가 정말 공이라서 공벌레냐;ㅁ;
흑 난 그냥 인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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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포드씨 너무 듬직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 연기한 분이 알고보니 미우라 토모카즈였군.
12/01/11
@UGC les ha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