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아브르

2011. 12. 24. 22:23my mbc/cinéma



#. 
아무 사전정보도 없이 그냥 후랑스 영화나 간만에 볼까 했더니,

듣기평가를 하듯이 또박또박 명확한 후랑스어 발음과,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컬러풀하면서도 정적인 세팅의 배경이 어우러져,
마치 고전영화와도 같은 느낌을 살린 훈훈하고 귀여운 영화였다.



#.
르 아브르는 무역항으로(만) 유명한 후랑스의 작은 항구 도시.
여기서 구두닦이를 하며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아저씨 마르셀.
헌신적인 외국인 아내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외국인 아내 설정이 극의 진행을 위해 필요하긴 한데,
이 분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왠지 좀 너무 진지해서 웃김.

내가 후랑스어 할 때도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_-

 

#.
그리고 영국으로 건너갔어야 할 화물 컨테이너에서 발견 된 이드리사.

불법이민자보호소로 끌려갈 뻔 했는데 용케 도망쳐 르 아브르에서 배회하게 된다.
우연히 만나 따르게 된 마르셀 아저씨의 말을 은근히 잘 듣는 듯 안 듣는 듯,
대사 몇 마디 없이 저 그렁그렁한 하얀 눈으로 조용히 연기 함.
 



#.
왠 모르는 아이의 안전을, 행복을, 무사한 밀입국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 그것이 돈이든, 시간이든, 에너지든, 자신의 안위이든, 
다 버릴 각오를 하고 도와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르 아브르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은,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할 일이라는 듯한 태도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자기 앞가림 하며 살기도 힘들다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빡빡하게만 살아가는 지금 세상에,
인간미라는 것을, 사람 사는 세상의 온정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느낌.


#.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차갑고 외로운 이미지의 형사님조차도,
잃어버린 인간미를 찾아서- 컨셉에 상응하는 귀여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
배경 자체에 컬러감이 꽤 살아있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도 굉장히 강한 편.
게다가 카메라의 움직임이 많은 편도 아니고 배우들의 목소리는 성우와도 같아서,
히치콕 영화만 줄창 보았던 영화학 개론 시간이 떠오를만큼 올드한 느낌이다.

그리고 유머도 왠지 옛날 스타일이야 ㅋㅋㅋ

의사선생님이 중국 어쩌구 할 때가 제일 웃기고 ㅋㅋㅋ
리틀 밥 나올 때도 왠지 웃김.

여튼 중간중간 빵- 터지게 웃기는 게 있는데 약간 촌스러운 게 매력이랄까.


#.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잔잔하게 이어가는 한 편의 따뜻한 이야기.


이를 왠지 촌스러운 듯 고전적인 표현기법으로 녹여냄으로써,
마치 이런 인간적인 느낌은 현대의 우리들이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이라는 듯이,
그렇게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듯 하다.


p.s. 



아쉬우니까, 리틀 밥. 
여전히 왕성히 활동중이신 실존 뮤지션.

11.12.20
@아트하우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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