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피부
2012. 1. 9. 22:25ㆍmy mbc/cinéma
#.
내가 사는 피부라니,
이것이 왠 어법에 맞는 듯 안 맞는 듯 불편한 제목이란 말인가.
그러나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면 봐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이유로 선택.
#.
요새 내가 보는 영화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하신지들 모르겠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풀어내는 스타일.
마치 주어 생략하고 서술어만 내뱉는 우리 어무이 스타일과도 같다 ㅎㅎ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감 잡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것이 성형의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의사님의 부정한 이야기가 될 건지,
뭔가 아픔이 있는 여자를 새 피부로 덮어주는 로맨스가 될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자는 갇혀있고,
남자는 가둬두고 있다는 것.
여자는 남자에게 대담하게 다가서려 하고,
남자는 왠일인지 지켜보려고만 할 뿐 선뜻 행동을 취하지는 못 한다.
왠지 정상적인 갑을관계가 아니랄까-_-
#.
감금, 즉 단절된 이 모든 상황을,
갑자기 야수 옷을 입고 야수처럼 나타난 저 한량 같은 인간이 일순간에 뒤흔든다.
이를 계기로 듬성듬성 끊어져있던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이어지고,
나머지 부분들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나름대로 친절한 서사가 계속된다.
그러다가 어느 덧 설마 설마 하던 마지막 고리가 탁- 하고 연결되는 순간,
이 영화가 이렇게 이상한 제목을 갖게 된 이유가 냉큼 이해가 가는 것이다.
#.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한 가지 줄창 매력적으로 부각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영상미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물론 두 주인공의 외모도-_- 아름다우시고 ㅎㅎ
안토니오 반데라스 집이 너무 으리으리하고 부잣집이라,
집 자체도 그렇고, 집 안에 걸려있는 그림들도 그렇고 느므 고급이시다.
무엇보다,
이것이 스페인의 컬러야- 라고 외치고 있는 것만 같은 원색적인 화면.
그 화려함 속에서 절제를 느끼게 수 있는 미니멀한 구조.
그냥 넋 놓고 화면만 보고 있어도 충분할 법한,
그런 영상미에 빠져든다.
#.
그리고 하나 더,
이 영화에 클래식한 느낌을 더해주면서도,
싸이코틱하면서도 로맨틱하면서도 스릴러스러운 느낌을 배가하는,
영화 음악들.
매우 매력적이다.
En Mi Piel _ Buika
극 중에서 나오는 노래인데, 이 사람 실제 가수이신가보다.
유튜브 뒤져보니 이래저래 꽤 나오는 듯.
곡 제목은 Dans ma peau, In my skin.
25.12.11
@광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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