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변

2013. 2. 7. 09:44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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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

그럼 그렇지. 
미디컴이 나에게 야근없는 삶을 줄 것이란 어처구니 없는 기대는 이미 진작에 끝났다. 

10월 즈음부터 은근하게 다가온 폭풍 야근의 스멜이 스믈스믈 나를 잠식하더니만,
연말연시가 회사로 점철되는 아름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사람들과의 약속이 끝없이 연기 되고,
참석하지 못 하는 자리들이 계속 생겨나고,
오케스트라 연습도 몇 주 째 빠져서 결국 부수석 자리를 자진해서 내어놓고,
씨네큐브에 영화보러 못 간지도 오래다. 

회사 외 활동의 이 같은 결핍은,
소진 된 체력을 감성 충전으로 커버쳐 온 나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 학습

반면에 이 야근러쉬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습관처럼 눌러앉아 잡다한 일들을 쳐내기 위한 야근이 아니라,
나름 주체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성질의 뭔가 무게감 있는 일들을 위한 생산적 야근이라는 것.

아직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생각하며 일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 반성

하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야근이, 혹시 나의 예전 그것처럼, 
주체가 되지 못 한 채 습관적으로 흘려보내는 것들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리고 그 원인 제공의 책임이 나에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아마 어느 정도는 그러할 것이다. 

충분한 가이드 라인과 적절한 협업, 그리고 의견의 나눔과 수용을 할 줄 아는,
그런 선배가 되어야 하는데 사실 나도 아직 학습 단계라 뭘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는 게 함정.


#. 만족

내가 그래도 여기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일단 '야근을 한 뒤 사무실을 나서는 커리어 워먼' 코스프레가 나름 마음에 들기 때문이고 ㅋ
경험에서 비롯 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야근 폭풍 전의 '태풍의 눈' 안에서 즐기는 여유도 나름 맛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 업무들을 위해 쓰는 시간이,
홍보업계로 돌아온 지 반년이 갓 넘은 초짜 대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더 어떻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

뭐 그런 것들 때문이기도 하고.


#.
그런데 아마 이번 주 오케스트라도 못 갈 것 같다.

그건 좀 슬픔 ㅠㅗ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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