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인 파리 - 로저 미첼
2014. 5. 18. 17:43ㆍmy mbc/cinéma
#.
배경이 빠리면 일단 보기로 하니까,
배경이 빠리여서 보고나면 기분이 쌉싸리와용이 되더라도,
일단 보기로 하니까.
이미 수십년의 인생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류의 근심 가득한 걱정이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류의 부러움 섞인 걱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휘몰아치기 때문이랄까.
#.
후랑스는, 특히 빠리는, 미친 짓 하기 좋은 곳인가.
유독 영화에서 일탈행동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 듯.
근데 또 생각해보면 다른데선 못 할 것 같기도 하다.
고개만 돌리면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몽마르뜨에 올라서면 탁 트인 시야가 보장되는 곳에서,
청소년과 노인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곳에서,
길에서 퍼붓는 키스가 허용되는 곳에서,
못 할 짓이 무엇 있으랴.
#.
내가 보면 굉장히 헌신적이고 유머러스한 남편인데,
툭하면 유 뻑킹 이디엇을 남발하며,
황혼의 사춘기를 맞이한 저 늙은 아줌마의 모습이,
언젠가의 내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을까.
#.
소싯적의 닉 버로우스(심지어 이름이 버로우)를 우상화 하다시피 하는,
지금은 훨씬 잘 나가는 친구 앞에서,
내가 가진 지금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 못해,
그지같은지를 솔직히 까발리는 그 장면은 정말 웃펐다.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이 그지같다고 하더라도,
너와 사랑할 수 없는 지금 이 상황만큼 그지같을 순 없어. 이런 느낌?
#.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사랑을 의미하는가. 라는 작가(이름 까먹음)의 구절을 읊는
로맨틱 남편한테, 그 놈은 뭔 개소리야- 로 화답하는 부인은 무슨 장동민인 줄.
#.
감독은 노팅힐 감독이라는데,
포스터에다 비포선셋 어쩌구로 사람 낚지마.
#.
뭔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당장 내일 사표를 쓰고 남미여행을 떠나고픈 기분이었다.
아.. 카페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역시나 마이 훼이보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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