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작가(2)
-
독서일기: 파과 - 구병모
p.193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에 손을 뻗는다. 집어 올리자마자 그것은 그녀의 손 안에서 그대로 부서져 흘러내린다. (...) 그녀는 문득 콧속을 파고드는 시지근한 냄새를 맡으며 눈물을 흘린다.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고, 꼭 그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겠다고 다짐한지 3~4개월 만에 선택한 두 번째 작품. 이 책은 살인청부업체에 몸 담고 있는 노년의 여성 화자, '조각'의 이야기이다. 이 할머니(...라고 부르면 칼 맞을 것 같지만, 이제 여러모로 본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의 이야기는 모든 구절, 모든 챕터가 너무 새롭고 흥미진진해서 진짜 엄청 집중해서 읽었다. 그녀가 일하거나 상대를 대..
2020.08.04 -
독서일기: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p.246 - 작가의 말 중에서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 구병모 작가의 2019년작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소문을 들으며 작가의 이름을 익혔던 터였다.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빵사 주인공 이미지 연성 이런거 (나의 마법사는 저렇지 않아! 뭐 이런 절규)에도 몇 번 노출됐고, 차별 없는 등단 기회를..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