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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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는 줄 알았다면 후기를 더 빨리 썼을텐데 늑장부리다가 이제서야 올림. 본의 아니게 은둔생활을 하게 된 지난 몇 주간 생각 없이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오베라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왠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가 올리던 포..
2016.06.06 -
골든 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고 했던 모리타의 말을 떠올린다. 야, 모리타, 그게 아니라 인간의 최대 무기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요새 읽는 책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주시는 바람에, 지옥의 출근길을 그나마 버티고 산다. 골든슬럼버도 마찬가지. 범세계적으로 먹힐 만한 주제, 미미한 개인과 거대사회권력의 대치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들, 특히 주인공 아오야기와 그와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관계와 같은 것들을 녹여낸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 요 근래 문제상황에 빠진 주인공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자꾸 접하게 되는데, 난리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센스와 기지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꾸 빠져들게 된다. 영화로 이미 나와있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타케우치 ..
2011.09.06 -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와인 한 잔을 더 마시고, 인화한 사진을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밖에 다른 사진들에는 이전에 내가 품었던 자의식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섯 장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사체에 사진가의 시각을 인위적으로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모든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와우. 정말 괜찮은 책이다. 팩트만 보면 피 튀기는 장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우리네 인생사. 사진가의 꿈을 간직한 채 뉴욕 월스트릿의 성공한 변호사의 삶을 살던, 어찌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쩌다 몬태나주 시골에서 발굴된 천재 사진가로서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주인공 일인칭시점으로 풀어나가..
201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