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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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내가 거기서 또 뭣부터 시작할 수 있나 싶어서, 그냥 얌전히 여기 있기로 한다. 시간적 여유가 나름 있다고 생각했는데,이제 슬슬 쎄컨잡을 구하기 시작할 때가 됐다. 이 놈의 파리 생활은,일자리를 찾거나/ 집을 찾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하면,이 곳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동의한다. 아아 왠일인지, 여행을 뽀사지게 하는 방랑자의 삶을 꿈꾸고 나왔는데,한국사무실 냄새 나는 회사일을 시작하게 됐다. 딱 2일 앉아있었을 뿐인데, 지난 2년의 기억이 모두 되살아나는 엄청난 경험을 했어. 하지만 필드마케터 남자애가 귀엽게 생겨가지고,자동차로 동네까지 태워줬으므로 일단 두고보기로 한다. 빵오쇼꼴라pain au chocolat를 사먹는..
2010.06.21 -
트라우마.
나의 하니파샤이자 리틀애쉬 그녀와의 긴긴 대화 끝에 얻은 결론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혹은 누구에게나, 결국 그 트라우마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말 그대로 정말 알게 모르게 나의 내면에 자리잡은 그 놈이,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지금 나의 성격과 성향, 결론적으로는 '나'라는 인간, 을 형성하고, 그렇게 뿌리깊게 자리잡은 나의 이 불변의 성격이,'지금' 내가 직면했다고 생각하는 이 문제를 쭉 되풀이하게끔 만든 원인이었다는 것. 그러니까 이건 전혀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Z에서부터 거꾸로 거꾸로 되짚어가다가 A에 이르러서야 깨달은 것은, 지금의 문제라고 생각한 나의 문제는,'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서야' 깨달은 문제라는 것. 아 엄청난 발견을 했지만,결국 ..
2010.01.16 -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은 나.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는 있지만, 어떤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나는 남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코멘트를 달아주길 원하지만, 내심 행동방향은 정해 둔 상태일 때가 많다. 내가 내 이야기를 쏟아내었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주지 않으면, 짝사랑에 실패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위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최근들어 내 이야기를 여기저기 풀어내던 중에 느낀건데, 나의 성격이 A라면, 1-1) 남들이 나에게 너의 성격은 A이다 라고 말하고, 1-2) 내가 남들에게 나의 성격이 A이다 라고 말하기 때문에, 2) 나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A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3) 그래서 나는 더욱 A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돌고 도는..
2010.01.06 -
휴가 막바지, 생각이 많다.
괌까지 가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놀아제끼고 돌아왔건만, 한국 땅 밟은 지 사흘만에 왠 생각이 그리 많아지는지. 먼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관하여. 지금 하는 일이 싫지 않고, 잘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일 이외의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난 째뜬 맡은 바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왠지, 그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을 소비하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순간적으로 깨닫다. 괌에서의 휴가는 '역시 돈이 좋아'라고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며칠의 휴가와 행복함을 산다(buy)는 것이, 과연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 돈 들..
2009.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