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2010. 1. 11. 17:43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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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셜록홈즈면 어떻고 명탐정 코난이면 어떤가,
어쨌든 로버트다우니주니어인 것을.
게다가 주드 로가 빈 구석마다 쫓아다니며 채워주고 있는데!
#.
아부지는 애들 영화 안 땡긴다며 안 보신다 하셨고,
같이 본 지누는 역시 아바타가 짱이라고 했다.
하필이면 아바타처럼 화면을 꽉꽉 채우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오는 3D 액션(!)영화가 성행하고 있으니,
끝내주는 추리극도, 살 떨리는 심리전도 없는 일반 액션영화가 받을 수 있는 호평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나.
영화 셜록홈즈는,
그냥 영화 셜록홈즈였다.
하지만 재미없었다는 건 절대 아님!
난 완전 재밌게 봤다.
액션영화로서 갖추고 있는 건 다 갖추고 있잖아.
뭐 나에겐 셜록홈즈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서 가능했을지도;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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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영화를 먼저 본 언니가,
인텔리의 대명사 셜록홈즈가 영화에서는 난데없이 초 폐인 스타일이라고 귀띔해줘서,
오히려 그런 색다른 느낌의 홈즈를 만날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그 성격 그대로였던 이상한 홈즈씨는,
그런 이상한 성격의 파트너와 함께할 때에 가질 법한 소양을 갖춘 왓슨씨와 어우러져,
상당히 괜찮은 콤비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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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 없(지만 추리는 잘 하)는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추리력 마저 뛰어나면 사실 셜록홈즈 밥그릇도 싹 다 비울법한 주드 로.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역할의 균형감이 적절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었던 듯.
그러나 사실 난,
재빠른 상황 판단력 및 예측 능력으로 싸움질도 생각대로 티 하는 액션탐정 홈즈의 유머보다는,
거머리 같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홈즈 때문에 죽을 고비를 백만번도 더 넘겼을텐데도,
홈즈를 쉽사리 떼어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고민하는,
왓슨의 인간적인 유머감각이 왠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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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a doctor. ← 이 대사 나올 때마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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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왠지 서스펜스 스릴러와도 같은 음울한 깜짝깜짝놀람을 중간중간 선사하는데,
그렇게 영화의 가벼운 느낌을 살짝살짝 눌러주어 견딜 만 했다.
그러나 셜록홈즈 2탄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왠지 1탄의 나쁜 놈은 그럼 뭐 애시당초 지나갈 놈이었던거야? 싶은 마무리가 아쉽다.
사실 추리내용도 막 엄청 깜짝 놀라 무릎을 탁 치며 아하! 할 정도로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려운 데 삭삭 긁어주듯 하나하나 안 빼놓고 삭삭 짚고 넘어가니깐 봐준다.
#.
옛날 무슨 영화 중에 하수구 돌아댕기는 쥐 뱃속에 폭탄 설치해서 뿌리는 내용이 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
영화에 쥐꼬리가 나와서 잠시 떠올랐을 뿐 영화랑은 상관없다.
아, 그리고 왓슨의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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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와 하얀 얼굴에 살짝 뿌린 주근깨로,
묘하게 영국언니의 대표이미지를 심어준 켈리 라일리.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에서 멍청하게 미국남자애랑 연애하는 살짝 히스테릭한 영국언니로 나왔었지!
왠지 익숙하면서도 정말 다른 느낌이라,
반가우면서도 낯설었어.
#.
아무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요새 부활의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도,
잊지는 말자, 주드 로♡ 님도 잘 하고 계심둥!
10.01.10
롯데시네마홍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