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

2010. 1. 19. 12:57my mbc/cinéma





지식이라는 것이 왜 중요하고, 또 필요한가.




살바도르 달리가 스패니쉬였는지,

초현실주의 작가였는지,

그의 대학동기가 대시인이었는지, 영화감독이었는지,

스페인에서는 대전쟁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정말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더라.






#.

살바도르 달리 하면 녹아내리고 있는 시계 그림 밖에 모르는 무지한 내가,

로버트 패틴슨만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여기에는,



호그와트마법학교의 의리파 반장도,

하이틴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뱀파이어도 없었다.





여기에는,



전미여아全美女兒를 웃고울리는 아이돌 스타..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원숙한 연기력으로,

광기 어린 예술가 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가 있었다.



(로버트 패틴슨이 있었다ㅡ 라고 말하면 아이돌 이미지가 또 겹쳐지므로 안 됨)





이건 마치 파란 어항 벽을 손바닥으로 턱턱 문대던 로미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치에서 깡마른 몸으로 내달리고 있거나,

캐치미이프유캔에서 톰 행크스와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었으며,



왠지 비교하기엔 급수가 다른 것 같긴 하나 이건 마치,

뵨사마가 중독이나 번지점프를 하다, 해피투게더를 포함한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 특유의 웅얼거림과 함께 우수에 젖은, 혹은 광기에 찬 눈빛으로 집착 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이것이야말로 이병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류의 발견이었다.







#.

아마도 이 영화는,

유명 예술가의 일생을, 혹은 그의 사랑을, 그의 예술활동을 다룬 그런 부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나의 별 생각 없이 해 본 막연한 예상을 깨고,



1900년대 스페인의 지성파 사상가 젊은이들의 대학생활을 보여주는 논스톱으로 시작해서,

브로크백 마운틴 류의 동성연애물로 전환한 뒤,

체 게바라 스타일의 혁명 운동 영화로 마무리 된달까.



그런데 그 한 군데 한 군데의 느낌들이 하나같이 다 좋아.





그것은 아마도,



광기어린 천재 미술가 살바도르 달리와,

강한 신념의 대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이 두 인물이 격변하는 스토리의 중심을 꽉 잡고 하나의 시대극을 엮고 있다는 느낌 덕분에?





#.

영화는 마치 설명 없이는 이해 불가능한 달리의 그림 한 점을 앞에 둔 느낌이다.



나만의 느낌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감동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 진짜 화가가 그림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는.





#.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인 영상미가 두드러지는데,

정말 눈으로 한 번 보면 그대로 뇌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느낌이다.



추천장면 1. 달빛 비치는 파란 바다 속에서의 투명한 입맞춤.

추천장면 2. 창 밖으로는 그 바다가 파랗게 내다 보이고, 방 안에는 노란 촛불이 벽을 밝히고.

추천장면 3. 빛을 받아 얼굴이 보이는 한 사람과, 전혀 어둡게 그늘이 깔린 다른 한 사람.



+ 여기에 배경이 되는 스페인의 남쪽 냄새 물씬 나는 큰 풍경들부터,

어느 하나도 놓치기 싫은 소소한 인테리어 및 소품들까지 모두 다 볼거리.



강력 추천하는 장면들은,

내가 영화평을 쓸 때 애용하는 네이버 영화 포토에도 없고,

심지어 이 영화는 홈페이지조차 없으므로;ㅁ;



아쉬운대로 트레일러 영상으로 맛보시길.





 



#.

왜 굳이 스페인 배경의 영화에 로버트 패틴슨이 들어갔을까? 했는데,

감독 폴 모리슨씨께서 영국인이시라능.



어쩐지.



내가 스페인에 갔을 땐,

이렇게 영어를 잘 하는 스패니쉬들은 단 한 명도 보지 못 했었는데.





#.

아.. 로버트 패틴슨의 헤어와 콧수염, 의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는 법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아.. 좀 치사해보여도 현실을 직시하고 몸 사리며 사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 내 이름만 불러도 모든 걸 불어버릴 것만 같은 나의 신념없음/지조없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 영화,

정말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영화다.



여기에 뭐라고 주절대는 것만으로는 전할 수 없어.

게다가 이미 너무 길게 썼다규;ㅁ;





#.

아 그래도 추천대사 하나만 더.



뭐 입을까? 회색 그거? 아 나 그건 별론데...



↑이거 진짜 짱임.

감독 정말 세밀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야.



이 부분에서 별 다섯 개 바로 먹여드림☆☆☆☆☆





#.

그리고 이 여자.






묘하게 유지영 닮았잖아.





10.01.16

아트하우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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