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2010. 2. 2. 17:33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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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에이단을 따라간 시골 별장에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뉴욕으로 돌아가버린 캐리 브래드쇼.
섹스앤더시티에서의 그녀의 느낌이 너무 묻어날까 싶어 보지 말까 했었는데,
역시나 잔뜩 묻어나더라.
하지만 파트너가 달라지니, 이야기의 느낌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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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휴 그랜트의 캐릭터가 살려낸 영화랄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를,
그것보다는 한 단계 괜찮은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휴 그랜트의 공이다.
진지한 순간에도 위트있는 말장난을 던지는 영국인 캐릭터.
휴 그랜트의 오래 된 이 캐릭터가 영화 내내 빛을 발한다.
뭐 쫌만 웃겼다 하면 거진 다 휴 그랜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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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재미있는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아, 라고 생각하다가도,
아 저렇게 맨날 농담따먹기만 하면 나중엔 짜증나지, 싶기도.
게다가 휴 그랜트는, 연기변신 따위 필요없나?
이 영화에서 떼다가 저 영화에 붙여도 들어맞을 것 같은 분위기;ㅁ;(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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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産 부부가 미국 저기 어디 멀리 박혀 있는 초 시골 동네에서 고군분투 하는 스토리가,
왠지 뻔할 뻔 자 아닐까 싶은 우려 위에서도 귀엽게 잘 풀어지는 것은,
레이라는 이름의 이 작은 마을이 이미 너무 귀엽고 정겹게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Mayor Parking Only/ 두 번째 큰 바위에서 우회전/ 소방차 닦는 간호사/ 차키 꽂혀있고 문 열려있는 자동차 등등)
이 작은 마을이 거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서툰 이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복잡한 도시의 바쁜 생활 속에서 겨우 짬 내서 마주 앉은 저녁 식사 테이블 위 겉도는 대화가 아니라,
너와 나, 오직 그 둘에 대해서만 진득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 배려였다.
그리고 바로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대도시에 혼재한 문명의 이기가 장애가 되어버리는 평화로운 그 마을,
레이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음,
영화 제목을 레이로 바꿔도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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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랑을 느끼는 호르몬이 2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둥,
나중에는 그냥 정으로 사는 거라는 둥,
오래 된 연인에게나, 부부에게나,
그들의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감정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사랑의 호르몬 싹이 말라버린 뒤의 어떤 감정이라고 해도,
그것은 情이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한,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되어야 맞다.
그것은 활활 타오르고 가슴 설레는 사랑과 오래 된 친구 같은 사랑의 중간 어디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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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토리 전개 상 조금은 필요했던 등장인물이면서도,
충분히 귀여워 보일 수 있는데 그닥 정이 가지 않았던 저↑ 두 명.
물론 저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면 얘기가 좀 지저분해졌을 수도 있지만,
여튼 저들에게 감정이입하기에는,
여자애는 괜히 밉상이고,
남자애는 괜히 덜렁대더라.
쩝.
10.01.31
롯데시네마홍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