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들.

2010. 5. 23. 23:07journal

#.
후랑스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다르게 팁이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젠 어디가서 뭐 마시거나 먹으면 꼭 팁을 남기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지 진심으로 느끼고 있으므로.


#.
개손은 정말 처치 불가능임을 새삼 느낀다.
도무지 뭔가 떨어뜨리거나 깨뜨리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다.


#.
서비스직은 나의 천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뭐랄까,
나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으로 말미암아,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느낀달까.


예를 들면,
한 테이블에 서빙을 끝내고 식사 중인 나를 굳이 찾아와,
2유로를 쥐어주고 가는 그 테이블의 아줌마를 만날 때의 그 기분.
프랑스인은 아니었다.

여튼 서빙해 준 나에게 감사를 날리는 손님들을 보는 그 기분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 다음 날 또 일하러 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
서빙하는 종업원 중에 나만 여자앤데,

같이 일하는 다른 남자애들을 보면 지들끼리 어찌나 유치한지,
이건 유치원 초등학교 여자애들 무리지어 유치뽕짝 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


#.
나는 쉽게 화가 나는 스타일도 아닐 뿐더러,
앵간한 일에는 그다지 짜증이 나지도 않고,
혹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나의 몹쓸 기분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 사람임을,

새삼 깨달았다.

난 남에게 싫은 소리 듣는 거 정말 싫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도 정말 싫다.


#.
반면에,

쉽게 화가 나고 또 쉽게 화가 풀리지만,
화가 난 동안에는 있는대로 승질을 부리는 다른 부류의 인간이 있음도,

새삼 깨달았다.

바쁠 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는데,
이 놈의 나라에는 그런 얘기는 쥐뿔 통하지도 않는지,

바쁘면 온 몸으로 바쁜 티를 내면서 엄청난 볼륨의 제스쳐와 함께,
보는 사람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거세게 일을 하면서,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실제로 일을 잘 하든 못 하든 간에,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다.

A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하여,
B, C, D의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비효율적인 스피드는 정말 내 스타일 아님.


#.
게다가 이 곳 사람들은 도무지 내 말을 끝까지 듣는 버릇이 없다.
도대체 뭐가 그리 바쁜지 앞대가리만 듣고 뚝 잘라서 지맘대로 해석해버린다.

그렇게 의사소통을 뚝뚝 잘라가며 이리저리 뛰댕기는게 레스토랑 일이라면,
이건 정말 아무리 내가 서비스직을 좋아한다 해도 참을 수 없다.

물론, 나의 부족한 언어실력의 문제도 있겠지-_- 인정


#.
그러니깐,
일을 제대로 잘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깨달았다고 할 수 있겠다.

손님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해주지 못 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 사람이,
과연 일을 잘 하는 사람인가.

주인장이나 손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그는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적어도 내게는, 전혀 괜찮지 않다.

경력자가 초보자와 함께 일할 때에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쓸 줄 알아야 한다.


#.
결론적으로,
장사해먹자는 레스토랑에서 인간미를 따지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나는 결코 내 장사해서 성공할 사람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다.



#.
아 피곤해.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잦아들고 있다.  (0) 2010.07.01
내가 대체 여기서  (2) 2010.06.21
안녕,  (3) 2010.03.23
신풍랑, 이번엔 대설주의보.  (10) 2010.03.09
미국여행 사진 보는 법 알려드림.  (4) 201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