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한 날

2012. 6. 11. 19:48journal

이상하게 센티한 날이다.

나의 어디의 무엇이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지에 대한 것.
나의 마음 어디의 무엇이 2년이 넘는 기간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방황하게 했는지에 대한 것.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은,

그 방황의 시간이 전혀 후회스럽지 않고,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자양분이 되는 시간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뭔가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이 없다는 것.

그러나 그 이유가 내 (타고난 게으른) 성격에 기인하고,
이를 내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에 더 이상 다른 어떤 것도 탓할 수 없다는 것.

나는 일에 있어서 열정이나 야망, 오르고자 하는 어떤 목표가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정작 그런 요인들이 그닥 크게 필요없는 일에는 끌리지 않는 것.

후랑스 책을 읽고 후랑스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그리움이나 아쉬움 같은 이상한 기분에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나는 결국 한국에서 한국사람처럼 일하고 한국사람처럼 사는 게 맘 편하다고 믿어버리는 그런 것.

나를 믿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 그들에게 엄청나게 의지하지만,
결국은 내 맘 가는대로 멋대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

이 모든 모순들이,
내 안에 지금,
동시에,
한꺼번에,
밀려들어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내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고찰에 이르러,

이상하게 센티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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