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2012. 5. 30. 02:42journal

우울할 일도 딱히 없이 괜시리 우울해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 동안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위에 픽 쓰러져 잠들어버리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더래서,
얼마 전까지는 미처 우울함이고 나발이고 뭐 어떤 감정도 느낄 틈이 없었는데,
요 며칠 나름 정상적인 시간에 귀가하여 잠들기 전까지 얼레벌레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더니,
아마도 그 사이를 우울한 기운이 용케 비집고 들어온 것 같아.

하긴 요 근래,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케쥴이긴 했지.

회사를 옮겼고,
봄 정기연주회를 했고,
불금, 불토로 이어지는 광란의 주말을 연속해서 싸질렀으며,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 가족이벤트를 몇 차례나 치렀고,
회사일이 스물스물 늘어나더니 심지어 태국 출장까지 다녀왔다.

그 와중에도 약속이 없었던 날이 잘 없었고,
개그콘서트 로고송 한 번 못 듣고 지나간 일요일들이 이어졌다.

생전 마시지도 않던 레드불이며 핫식스 나부랭이를 며칠씩 들이켰고,
결국에는 한 알에 1천원씩이나 하는 베로카 플러스도 사먹었다.

사지에 힘이 딸려서 양손으로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것조차 힘이 들고,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정말,
인간이 이렇게까지 극한의 피로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빡센 날들이었다.

그래서 정말,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쉬고 싶었는데,

그런데,
지금, 

만성피로에 쩔어 있던 이 몸이 아주 살짝 늘어질 수 있을 만한 이 타이밍에,
머리 속에서 오만가지 감정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 이건 뭐 어쩌자는 건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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