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3. 01:58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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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코미디 영화는 괜히 싸잡아서 싫어하고,
황정민 나오는 영화도 어지간하면 싫어하는데,
강동원 얼굴 하나 믿고 선택한 영화.
그런데 기대 안 한 것치고는 평타 이상 해준 영화, 검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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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이 분한 억울한 감옥살이 검사 변재욱은 폭력 검사.
야 내가 그래도 고시공부 몇년씩 힘들게 해가면서 뺑이친게 얼만데,
불의에 맞서고 양아치들 혼내주려면 이 정도는 봐줄 수도 있지- 난 정의의 검산데!
약간 이런 스타일이라 처음엔 좀 비호감 테크로 갈 뻔 했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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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죽했으면 억울하게 교도소 들어갈 때도 사실 별로 불쌍하지도 않고,
아 뭐야 저렇게 마구잡이로 지 잘났다고 까분 주제에,
그래도 억울하다고 강동원 시켜서 누명 벗고 잘 살겠다는거?
뭐 이런 정도의 불편함을 안고 시작하는 건 살짝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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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화는 변재욱 교도소 입소 이후로 개그를 열심히 던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엄청 B급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내가 싫어하는 조폭마누라/두사부일체 개그도 아니면서,
예상외로 오밀조밀하게 웃긴 맛이 좀 있음.
처음에 변재욱 그렇게까지 억울한 느낌에 별로 공감 못 하다가도,
그 캐릭이 교도소 내에서 자리잡아가면서 9번방 영감님 된 사연을 보고 있으면,
일단은 몰입을 하게 된다는 거.
그리고 뭐 막판에는 나름 반성을 좀 하시는 것 같아서,
육성으로 웃어가며 보던 나도 은근 눈치보며 용서를 좀 해준 면이 있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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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타난 강동원 ㅋㅋㅋㅋㅋㅋ
가타부타 설명할 것 없이 신소율 옆에 끼고 처음부터 캐릭터 어필 제대로 해주시고,
사실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는 정도의 개그에 외모를 잘 얹어줌.
전우치 때부터 생각한건데 목소리는 진짜 좀 특이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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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9번방 영감님이 자리를 잡았다고,
그 교도소가 그렇게까지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그려진 것도 좀 어이없긴 한데,
이게 아주 불가능한 설정도 아닌 것이,
교도관들이나 교도소장 같은 사람들한테 그저 죄수 번호 뭐뭐뭐시기였던 사람이
검사님 짬밥 발휘하는 순간 변재욱씨- 되는 그런 상황이 웃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일 뿐더러,
처음부터 변재욱 검사님은, 아씨 나 검사야- 를 전제로 깔고 있는 캐릭터라,
그 안에서 취할 거 취하고 사는게 그렇게 도덕적으로나 캐릭터 상으로도,
딱히 위반되는 설정도 아니라는 거.
그래서 그 교도소 안에서 귀엽게, 나름 치밀하게 굴러가는 양상을 구경하고 있자면,
관객으로서는 그저 아무 부담없이 재미질 수 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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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간중간 좀 늘어지는 기분도 있긴 하고,
뭐 이런 게 이렇게까지 길게 할 얘기였나 싶을 때도 있긴 하지만,
또 딱히 되짚어보면 그- 렇게까지 쓸데없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갔던 소소한 장면들이 나중에 작게나마 복선이 되는 '실용성' 측면에서,
이 영화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꽤나 열심히 활용하고 우려먹었기 때문에,
살짝 점수를 더 얹어본다.
아, 물론 막판에 이런저런 과도한 설정 줏어담기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간 것도 있긴 하지.
근데 설명 열심히 해줘봤자 어차피 누구나 예측할 만한 뭐 그런 것들이었을테니까,
없어도 봐주는 느낌...?
기승전-강동원 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는 포인트는,
이런 살짝 아쉬운 구성에 기인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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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엇보다 이성민 +_+
막판에 약간 CSI나 NCIS에 주로 나오는 전형적인 악역처럼 마무리 되서 아쉽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닥 크게 중차대해 보이지도 않는 일로 열심히 주인공 감방 처넣고
끝까지 모르쇠 하는 역할을 아주아주 잘 해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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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사랑스러운 조연, 박성웅.
웃겨는 드릴겤ㅋㅋㅋㅋ
그 조커 같은 미소가 맨날 악역하는 것만 봤지,
이렇게 묘하게 악역과 선...역? 악역 반댓말 뭔가요... 여튼, 이 중간에 애매하게 낑겨서,
웃기는 캐릭터 하는 건 왠지 오랜만인 느낌인데
그 멀끔한 이미지와 약간 허당스러운 캐릭에 강동원이 소금 조금 쳐 주니,
영화에서 나름 소중한 캐릭터로 열연 +_+
느므 좋앜ㅋㅋㅋㅋㅋㅋ 주옥 같은 대사들 참 많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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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영화 감독은 누군가 하고 찾아봤더니,
이일형 감독 입봉작인것 같음.
비스티보이즈, 마이웨이를 거쳐 군도 민란의 시대 각색 및 조감독 등을 맡다가,
아마도 와 진짜 더럽게 재미없네- 내가 입봉하면 진짜 유머 엄청 집어넣은 영화 만들어야지-
뭐 이런 마음으로 내놓은 게 아닐까. (사실 난 마이웨이랑 군도 안 봤음.. 재미없어 보여서...)
맺힌 한을 풀어놓듯이 아주 그냥 계속 작정하고 웃기고 싶어하는 냄새가 나..
여튼,
네이버 영화 평론가 평점 보니까 은근히 좀 까이던데,
나는 오프닝크레딧 나올 때부터 알았지 이 영화 쫌 내 스타일이라는걸!
재밌으니, 기대말고, 생각없이, 웃으면서 보세용 +_+
MAR 2016
@CGV 홍대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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