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8. 21:39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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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아트하우스모모에 가고싶기도 했고,
1970년 영화를 국내 최초 개봉한다고 하니 궁금하기도 했고,
정말정말 흘깃 읽어본 영화 설명이 솔깃하기도 하여 선택했던 영화.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던 건, 내가 기대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전혀 재미없었던 것이 아닌건, 참신하고 색다른 영상미와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무식한) 내가 정말 미리 생각할 수 없었던 범주의 내용 때문이었다.
#.
영화는 독재정권인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로 활동하는
주인공 마르첼로의 회상과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주인공 얼굴이 이미 생긴 것부터 뭔가 좀 희미하게 생기셔가지고,
처음에 누가 누군지, 어디가 어디고, 언제가 언젠지 쫓아가는데 좀 애를 먹었다.
이태리의 동명 원작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서술되어,
아마도 주인공의 인생을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어째서 이이가 '순응자'가 되었는지,
알게될 법도 한 그런 모양인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태리 파시즘, 무솔리니 독재정권...읭? 이랬던 나의 무식함 때문에
초반이 더 어려웠던 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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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가 맨날 챙겨본다는 둥, 미쟝센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둥 하도 그래서,
대체 뭔가 들여다봤더니,
마치 대학교 영화학 수업에서 교수님이 과제로 내 준 영화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70년 당시에 매우 획기적인 연출이었겠다 싶은 구도/컬러/명암/움직임의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예를 들면,
소실점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길고 멀고 광활한 공간에서의 직선 연출이나,
컬러나 공간으로 여백을 두고 인물을 배치하는 장면들,
구조물 자체가 주는 분리감이나,
시점 차이로 전달 되는 분리감,
진심으로 어떤 의미를 담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보여줄리가 없다고 믿게 만드는,
빛과 그림자의 의도적인 연출 같은 것들.
그래서 매 장면을 지켜보는데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게 되는 것이다.
#.
그 와중에 내게 묘한 즐거움을 주었던 캐릭터 1번은,
마르첼로가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위해 선택한 여자 줄리아.
세상 걱정 없이 해맑은 스타일.
하지만 영화 막판에 이르러 이 여자가 취하는 화법과 분위기, 표정, 대사 모든 것은,
아 역시 결혼은 미친 짓인가- ... 뭐 이런 생각을 하게끔 ㅋㅋㅋ 하기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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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캐 2번 안나.
아마도 나는 주로 여캐가 영화에 민폐 끼치지 않는 경우에 사랑에 쉽게 빠지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안나 캐릭터가 엄청 멋있는 스타일이라 완전 좋았음.
게다가 캐릭터 분위기 때문인지 뭔가 내가 좋아하는 제니퍼 로렌스 비슷한 느낌이어서,
배우 이름 찾아봤는데 프랑스 배우 도미니크 산다 셨음. 엄청 이뽀 +_+
구글에 도미니크 산다 & 제니퍼 로렌스 검색하면....!
#.
이 상반되는 두 여자 캐릭터의 케미가 환상 돋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댄스타임 +_+
영화 전반에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끈적끈적함과,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여자와,
세상 즐거워 고민이 없는 해맑은 여자,
아름다운 의상과 컬러풀한 배경에 쉴틈없이 쏟아지는 음악이,
다 어우러져서 휘몰아치고 나면,
어느 덧 영화는 탄력을 받아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쯤 되면 영화 내용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플레이백 하는 에피소드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전반부에 비해서 매우 몰입감이 높아짐.
#.
그리고 정말 막판에 이르러 이판사판 공사판이 되고 나면,
전에 없이 격정적이고 긴장감 도는 장면들과 헉 소리 나는 전개가 이어져,
여느 현대 영화의 액션 추리 서스펜스 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 레벨로 마무리 됨.
#.
아마도 영화학 개론 교수님이 이 영화를 과제로 내주었다면,
Q1. 주인공의 심경적/상황적 변화가 잘 드러난 장면을 꼽아 설명하시오.
Q2. 이 영화에서 표현된 동성애적 코드와 당시 시대상을 연결하여 논하시오.
Q3. 특징적인 구도 및 촬영기법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시오.
뭐 이런 정도 되지 않았을까.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마지막 황제, 몽상가들 감독이었어.
무서운 사람.
FEB 2016
@아트하우스모모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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