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5. 21:18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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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카피까지 어느 하나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마음을 놓고 보다보니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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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은 최근에 펀치에서 한 30초 봤는데 뭔가 너무 오버스럽게 연기하는 것 같아가지고,
그 약간 이를 앙 다물고 발음 하는 그 얼굴이 뭔가 좀 잘 모르겠는 느낌이어서 안 봤는데,
여기서는 뭔가 좀 비열하면서도 이해는 가는 그런 역할을 나름 멋있게 잘한 듯.
난데없이 몸이 엄청 좋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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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이 맡은 극중 역할이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식상한 캐릭인데.
가족 생각해서 손 씻고 조용히 살아보려고 하는 의리파 두목 캐릭 같은 거.
그런데 영화 끝나고 잔잔히 곱씹어보니 별로 식상하게 나오지도 않았고,
감정 과잉 없이 묵묵히 제 할 일 하고 들어가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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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이야기다 보니까 주연 캐릭을 둘러싸고 있는 조연들 역할도 중요한데,
한재영이라는 저 분 부터 시작해서 조용히 제 몫 하신 분들도 많이 나왔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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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가 생각보다 괜찮았던 건, 반은 이민호의 공인 것 같다.
항상 그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으면서도, 못 하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구준표 같으면서도, 김탄 같은 그런 느낌이 남아있어서 긴가민가했는데,
마스크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이번 역할에 진짜 잘 어울렸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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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데없이 여동생으로 나온 조연이 엄청 이뻐서 찾아보니까 AOA 설현 ㅎㄷㄷ
정말 요즘 아이돌들은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음.
아. 김지수가 특별출연하는데, 그 역할도 지지부진하게 끌고가지 않고,
딱 할 일만 적당히 시키고 빠져서 참 괜찮았음.
그렇네..
생각해보니까 모든 캐릭터들이 다 자기 본분에 충실하고 넘쳐흐르지 않아서 괜찮았네.
과유불급 철저히 지켜주니 영화가 나름 깔끔해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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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을 좀 생각해보면 착잡한데,
그도 그럴 것이 참 우리네 지금 사는 이 나라가 뭐랄까 좀 조악하게 맹글어진 느낌이라.
게다가 총을 쥔 쪽과 총구 앞에 선 쪽이 끊임없이 뒤집히는 이 판국이라니.
나는 언제 누가 어디서 각목으로 뒤통수 내리칠 지 모르는 그런 삶은 줘도 안 가질 셈이라,
대체 사람답게 사는 것조차 포기하고 얻어 내야 하는 그 뭐시기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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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하 감독 거리 3부작이라고 남자들은 엄청 열광하는 것 같은데,
나는 말죽거리 잔혹사도 제대로 안 봤고, 비열한 거리도 제대로 안 봐서 그런지,
정말 이게 대체 어디에서 끓어올라야 하는 포인트인지 사실 공감이 잘 안 감.
김래원이 땅종대 돈용기 외칠 때 그냥 어렴풋이, 아, 남자들은 저런갑다 하고 짐작이나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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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동고동락 인생을 함께 한 친구라는 것들이,
한 놈은 뒤에서 조르고 한 놈은 앞에서 쑤시면서 사람 죽이고 다니면서,
그 소위 말하는 남자들의 욕망이라는 것을 이루는 거에 도취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자들에게는 정말 이런 정서가 공통적으로 기본 장착되어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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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큰 이질감 없이 나름 재밌게 잘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좀 뭐랄까.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눈 뜨고 있기가 힘들었던지라,
안 그래도 공감 포인트를 찾아 헤매기 바쁜 나 같은 여자 관객에 대한 배려는
그냥 애초에 해 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하는 정도...?
유하 감독님 아주 목적지향적이고 주관이 뚜렷하심 ㅎㅎ
p.s.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강한 여운을 남기는 OST 한 곡 들으면서 마무리.
주윤발이나 양조위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
Freddie Aguilar - Anak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2015.01
@상암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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