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록 - 인생 첫 추어탕 도전, 서울 방화동 포도나무가든 남원추어탕, 고양 덕은동 다락고개 추어탕

2024. 11. 20. 10:47bien mangé

나는 평생 추어탕을 안 먹었다.

초딩 때 우리집에 오셨던 부모님의 손님이 직접 추어탕을 만들어주신다고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큰 양동이 가득 담아두신 걸 본 이후로 트라우마가.. 그 안에서 서로를 끊임없이 타고 오르던 그 아이들..

미꾸라지들이 약간 이런 느낌이었음


그런데 남편이 알고보니 추어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남편의 미각을 믿고 꼬심에 넘어가 보았다. 수십년의 트라우마를 생각보다 쉽게 털어낸.. 생각해보면 아무도 추어탕 먹자고 꼬신 적도 없고, 가족들도 잘 안 먹어서, 그냥 극복할 기회가 없었던 듯.

첫번째 추어탕집은 강서구 방화동 포도나무 가든.

일단 가게 앞에 8대를 두 줄로 주차할 수 있는데, 앞줄에 주차하면 뒷차 나갈 때 빼줘야 함. 셀프 발렛 ㅎㅎ

남원엔 미꾸라지가 많은건가


밑반찬으로 나오는 풀떼기들이 다 맛있었다. 특히 양배추 겉절이라고 하나 저 뽀득뽀득한 김치는 가져온 자리에서 잘라주시는데 너무 맛있었음.

테이블 순환 진짜 빨랐고, 남녀노소 많았지만 특히 서울 강서구 동네 어르신들은 다 오신 것 같았다.

다 맛있었던 밑반찬
인생 첫추

그리고 나온 추어탕!

포뇨 미꾸라지가 갈려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여전히 께름칙한 느낌이지만, 식당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다 너무 맛있게 먹고 있고, 떠난 자리에는 완탕하느라 받침에 기울여 둔 그릇들이 가득이라, 믿고 먹어보기로 ㅎㅎ

맛은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시래기 많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시래기 감자탕 같기도 하고. 추어탕이 무슨 맛이냐 하면 한 번에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얼큰허게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는 맛이네. 어르신들이 왜 많이 오시는지 알 것 같았음.

근데 남편이, 진짜 추어탕 맛집이 또 따로 있다고 해서 그 다음 주에 다른 집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바로 경기 고양시 다락고개 추어탕. 상암동에서 항공대 가는 길에 있는데, 살짝 산 속 음식점 느낌이라 맛집 나들이 나온 느낌 물씬.

주차는 가게 앞과 옆 자리에 꽤 여러대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평일 점심엔 진짜 꽉 찬다고 하니 자차가 아니라면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닌 듯.

바로 이 곳 다락고개
머리조심
아 빈대떡인지 파전인지 최고된다


이 집도 밑반찬이 아주 지대로. 파전이 진짜 적당히 두께감 있고 바삭하고 맛있었다. 조개젓도 나오는데 향이 세서 나는 못 먹었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할 듯. 김치랑 깍두기도 나오는데, 김치에서도 좀 젓갈 느낌이 나는 걸 보니 이 집 특색인가 했음.

대망의 추어탕 퍼먹는 시스템
부추 고추 산초 들깨가루 듬뿍

확실히 포도나무 가든에서 먹은 맛보다 특색이 있는 맛이었다. 남편은 된장찌개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뭔가 특유의 향..? 국물이 진하면서 끝맛이 쌉싸롬한 느낌이 있었는데 먹다보니 계속 들어가는 맛이었음. 진짜 배불리 먹었다.

인생 첫 추어탕 생각보다 거부감 없었고 알고보니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맛이쟈나? 그래도 미꾸라지.. 자꾸 생각나긴 함 ㅠㅠ

만약 둘 중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다락고개를 선택할 것 같긴 한데, 뭔가 시래기 가득한 국밥 느낌 땡기면 포도나무 가든으로 갈 것 같기도.

다음에 남편이 고추장찌개st. 추어탕집 가자고 하니, 다녀와서 내 인생 최고의 추어탕이 뭔지 결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