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2. 12:24ㆍmy mbc/cinéma
언젠가의 ott 기록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넷플릭스 다큐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지 좀 됐다.
넷플릭스 깔(이걸 다르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지.. 영상미..?)로 있어빌리티를 갖추고, 긴 시간에도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하게끔 적당히 긴장감을 더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는 그 특유의 스타일이 매력 있는 건 맞는데, 다 보고나면 쏘 왓? 딱히 뒤통수를 딱 때리는 어떤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슴을 먹먹하게 울리는 뭐가 남는 것도 아닌, 겉보기만 요란한 느낌?
특히 앰버허드랑 조니뎁 다룬 건 완전 쓰레기 다큐였지. 그래도 그 해양 플라스틱 얘기하면서 참치 만드는 기업들의 돌고래 몰이 등등 얘기했던 ’씨스피라시‘는 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가끔가다 걸리는 대작 다큐를 기대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 나오는 다큐를 시도하는 나…의 시선을 잡은건 최근 나온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영어로도 정직하게 Buy Now: the shopping conspiracy 였다.
아마도 최근 sns나 주변에서 보이는 소비 트렌드의 불편한 지점을 공감 받고 싶어서였던 듯.
![](https://blog.kakaocdn.net/dn/APj2G/btsKSvN1MqO/J2dUm1ibMnSalgScP7cnMK/img.png)
한쪽에서는 우주에서도 보이는 옷 쓰레기 사진, 쓰레기 산에서 옷 씹어먹는 소 영상 같은 걸 보면서 옷 안 사기, 중고 옷 사기 같은 얘기를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월별, 계절별, 무슨 이벤트만 생겨도 새로운 코디 제안과 구매 링크가 쏟아지고, 손민수할 연예인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거기에 화장품, 전자기기, 각종 생활 팁 숏폼 영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소한 생활편의용품들까지, 온 세상이 쇼핑홀릭인 나라에서 산 지가 오래되었다.
친구들 소식 보고, 고양이 사진 올리려고 들어간 인스타그램에서 정신 차려보면 쇼핑 사이트 장바구니에 뭔가 집어넣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한동안 인스타그램을 아예 안 쓰고 지내본 시간도 조금 있었는데, 그 시간을 채워주던 트위터조차 x 물결에 점령당해 쇼핑 바이럴이 넘쳐나는 곳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내 노오력은 물거품이 됐고.
길게 주절댔지만 어쨌든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던 중에 발견한 다큐멘터리라 한 번 진득하게 시청을 해봤다.
https://youtu.be/OVfZw_eqJW8?si=XiasBdOmX39niH-V
결론적으로 내용은 어느 정도 의미 있으나 다큐 자체는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 했는데, 왜인지 좀 생각해봤다.
우선, 이 다큐는 ai 봇이 우리한테 기업 성공 방정식을 알려주겠다면서 브랜드가 고객 소비를 유도하는 다섯 가지 팁과 마지막 한 개의 서프라이즈 팁을 차례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는데, 이 구성이 그렇게 유의미했는지를 잘 모르겠다.
챕터마다 ai 봇의 멘트와 ai로 생성된 영상 이미지들을 보여주는데, 이미지 자체는 인상적이었으나, 그 구성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하기 어려웠음.
ai 봇이 분명히 영어로는 ‘5억만개의 신발 쓰레기 이미지화‘ 이런 식의 봇 언어체로 말하는 장면인 것 같은데 한글 자막은 ’5억만개의 신발 쓰레기가 넘쳐나는 장면입니다‘ 같이 경어체로 풀어서 설명해주더라. 자막 번역체 때문에 ai 봇과 생성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강화에 실패했다고 생각됨.
게다가 이 다큐에서는 소비자들을 환경 파괴 소비의 늪으로 이끄는 글로벌 리딩 기업들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인터뷰이로 출연하는게 핵심인데, 이들의 증언과 의미 있는 언행들을 더 깊이 있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 타이밍에 갑자기 ai 봇을 맥 커터로 등장시켜 버린다. 버려진 물건들을 의인화해서 스토리텔링하는 장면들도 나오는데 솔직히 신박하거나 획기적이라기 보다는 좀 유치했음.
나름 서프라이즈 선물을 열 때가 되면 반전을 더해 이 다큐의 메시지를 강화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미 맥 커팅 당한 나에게는 그닥 와닿지 않았음… 대체 뭘까… 이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세상에서 알렉사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들이 디지털 ai 봇에게 농락당하는 현실을… 표현한건가….
둘째로, 기업들이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저지르는 다섯 가지의 수법들 중, 개인적으로 다소 충격적인 진실도 있었지만 씨스피라시 때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아마.. 내 업이 홍보마케팅 사이드에 가까이 있어서 좀 더 익숙했을 수는 있겠지…
- 트렌드를 입혀서 무조건, 불필요하더라도, 많은 양을 생산하고, 광고해서 판매한다.
- 새로운 소비가 발생할 수 있도록 멀쩡한 제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몰래 폐기한다.
- 새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도록 소비기한을 일부러 줄이고, 수리가 어렵게 만든다.
- 그린 워싱, 효과가 미미한 재활용 프로젝트 등 esg 활동으로 소비자의 죄책감을 덜어준다.
- 생산 판매 된 이후 발생한 폐기물들을 경제후진국에서 불법으로 처리,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이 중에서 몰랐던 사실은 고객 접점 최전방 매장들에서 실제로 멀쩡한 제품들을 폐기한다는 것이었다. 아마존은 아예 그냥 창고에 쌓인 제품들을 쓸어 버리던데? 진짜 충격적이었음.
아마존, 아디다스, 애플 등에서 브랜드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높은 자리까지 올랐던 이들과, 기업 횡포에 맞서 각자의 방법으로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 개개인의 용기와 결단에 너무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다큐는 내내 과도한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의 원인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 있다 말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우리에게 ‘아나바다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약간 용두사미 느낌쓰?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다큐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브랜드마케팅 쪽이 생경한 분들, 환경을 파괴하는 소비에 죄책감이 들었던 분들, 인스타에 홀려서 장바구니 담기 하다 현타온 분들에게 살짝 추천한다.
그리고… 최근에 일하는 방에 난방이 안 되어서 2만원짜리 전열기구를 샀는데, 사실은 당근에서 1만원에도 구할 수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새 제품을 산 것을 반성한다. 사실 실제로 필요한 건 아이패드를 넣고도 격식 있는 자리에 들고 갈만한 사이즈의 얌전한 가방이었지만, 블랙프라이데이를 핑계로 평소 점찍어뒀던 귀여운 패딩 가방을 산 것을 반성한다. 택배 박스 뚫어줘도 되는데 플라스틱 프레임 조립하는 고양이 숨숨집을 새로 산 것을 반성한다. 반찬집에서 맨날 플라스틱 용기 다섯개씩 가져오는 것은 사실 진짜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는데, 반성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단벌신사니까… 패션 쇼핑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겠어…
지구에서 인간으로 잘 살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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