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30. 10:16ㆍmy mbc/cinéma
#.
장동건 보기 싫어서 관심도 안 주고 있었는데 (왜 때문에 사생활 문란한 남배우들은 이리도 복귀가 쉬운가!) 하도 여기저기 범죄자들이 날뛰는 판이라 이 정도는 애교지 생각하며 참고 한 번 봤다.
허진호 감독을 내가 좋아했던가 기억이 잘 안 났는데, 이 분 작품 중에서는 봄날은 간다 하고 천문 정도가 내 스타일이었네.
#.
영화는 부자 클라이언트라면 죄 지은 놈도 무죄로 만들어주는 잘 나가는 변호사 형(설경구)과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야 된다는 마음으로 생명 살리는 보람과 소명으로 사는 대학병원 의사 동생(장동건) 두 사람과 그들 가족의 이야기다.
우리는 각자의 미성년 딸과 아들이 함께 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았을 때, 과연 이들의 신념과 가치관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부모로써 자식을 위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각자의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아, 물론 이들의 부인인 수현과 김희애도 너무 다른 상황에 놓인 ‘부인’이자, ‘엄마’로써 자신의 가치관과 우선 순위를 고민하면서, 이 소용돌이 속에서 함께 휘몰아친다.
#.
나라면 어떨까. 나라면 무슨 생각, 무슨 마음으로 내 자식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정직이 최선의 가치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 하지 않고 솔직해야 하며, 그것이 올바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라는 가르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 나는, 룰브레이커 남편을 만나고 나서야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들이대는 윤리적 잣대가 평균 이상으로 높고, 엄청난 원칙주의자에 별로 융통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내 자식 문제에 내가 원칙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어디까지가 융통성을 발휘해도 되는 사안인가? 남편과 나의 원칙이 계속 부딪히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심지어 나는 자식을 안 낳아봐서 100% 이입해서 상상할 수도 없는데?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은 알 수 있어도 자식 마음은 여전히 모른다면서 씁쓸히 얘기하던 극중 설경구 배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틸다 스윈튼이 주연했던 ‘케빈에 대하여’를 또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함.
#.
곱씹어보면, 극중에서 장동건이 운전 중에 부딪힌 고라니를 처리한 방식, 김희애가 설경구 딸한테 가짜 봉사활동 인증서를 주면서 말한 대사 등등 이들 부부의 선함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스믈스믈 표현이 됐는데,
설경구와 수현 부부, 특히 너무 타자처럼 그려진 수현 역할은 이중적인 면모를 대조해보기 보다는, 그냥 적절한 계기가 있으면 뭔가 깨우칠 수도 있었던 사람처럼 그려진게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라고 느껴졌다.
#.
그런데 포스터에 발라둔 저 극찬하는 멘트들은 좀 오바인 듯. 이게 그렇게까지 예측 불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장르를 또 굳이 ‘스릴러‘라고 볼 수 있나 잘 모르것네.
아역(?) 배우들 연기는 그냥 쏘쏘였고, 어른 배우들도 네임드만 섭외한 거에 비해서는 엄청난 임팩트는 없었다.
#.
영화를 보는 내내 아니 이 두 쌍의 부부는 도대체 이 위중하고 심각한 사안을 논의하는데 왜 이렇게 매번 고급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와인을 따라놓고 진수성찬을 깔아놓는 것인가 싶었다.
심지어 한 번은 설경구네 집에서 만나서 대책 회의를 하는데 가사도우미 분이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려놔서 김희애가 ‘환갑잔치’ 하냐고 비꼬기까지 함.
그런데 알고보니 영화 원작이 네덜란드 작가인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라는 소설이었고 ㅎㅎㅎㅎ 이 책은 아예 목차가 ’아페리티프‘부터 ’팁‘까지로 정리되어 있음.
아마도 이 부부들이 엄청난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서 저녁 식사 한 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내내 사건이 본질이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이려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까 영화 스토리나 캐릭터가 어딘가 좀 성기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책 내용을 다 담지 못 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원작 책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24년 11월
@올레티비
'my mbc > ciné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기록 - 영화 우리가 끝이야, 저스틴 발도니 감독 (it ends with us, 2024) (3) | 2024.12.16 |
---|---|
본기록 - 영화 한국이 싫어서, 장건재 감독 (2024) (2) | 2024.12.05 |
본기록 - 넷플릭스 다큐,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1) | 2024.11.22 |
2023년 OTT 시청 기록,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애플TV 추천 (0) | 2023.12.31 |
2023년 OTT 시청 기록, 넷플릭스 추천 41~76 (0) | 202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