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막바지, 생각이 많다.

2009. 9. 12. 16:30journal

괌까지 가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놀아제끼고 돌아왔건만,
한국 땅 밟은 지 사흘만에 왠 생각이 그리 많아지는지.


먼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관하여.

지금 하는 일이 싫지 않고, 잘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일 이외의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난 째뜬 맡은 바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왠지,
그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을 소비하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순간적으로 깨닫다.


괌에서의 휴가는 '역시 돈이 좋아'라고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며칠의 휴가와 행복함을 산다(buy)는 것이,
과연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

돈 들여 사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관하여.

너의 상대역으로 분했던 그 짧은 기간이,
내가 하나의 인간으로서, 서로 관계함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것이었다는 건 화나는 일이지만,

앞으로 너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인간이, 소중한 관계가,
존재하는 그 날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난 정말이지 진심으로 안타깝다.

물론 내가 지금 그닥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만,

적어도 난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정도는 느끼고 있어.



세 번째,
언행불일치에 관하여.

니가 하는 행동거지가 똑바로 따라주지 않으면,
니가 아무리 머리로 생각하고 말로 떠들어도,
넌 그렇게 사는 사람이 아닌거야.

사람들이 니 꼼수를 모르는 것 같겠지만 다 알고 있단다.



네 번째,
전혀 여우스럽지 않은 여자(그것은 아마도 나)에 관하여.

얼레벌레 넘어가면서도 내 나름 머리꼭대기에 앉아있는 경우도 있고,
나름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쌩 밑바닥에서 땅굴파는 경우도 있지.

아무리 곰스럽고 물러터졌어도,
잊지는 말자.

나의 가치란 결국 내가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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