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경험만렙하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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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 미카엘 하네케
#. 사실은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 마음 불편할 것 같아 보고싶지 않았는데, 새해의 시작을 함께했던 '퍼니게임'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마음을 바꾸고 다시 봤는데 역시나 노인들이 나와서 마음 불편했던 영화-_-#. 이 영화는 죠지와 안느, 두 명의 사랑하는 노부부가 여생을 함께하는 이야기다.문제는 부인 안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했는데 망하는 바람에,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불편해졌다는 것.언제가 될 지 모르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로, 본인 몸 가누기도 힘들어보이는 고령의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부인을 챙기는 모습.그걸 보고 있자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 문제 1.안느의 병환이 깊어감에 따라 수치심 들..
2013.01.03 -
눈을 떠야 한다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 아이 엠 러브를 봤다. 영화 감상평을 적기 전에 이렇게 주절대기 시작하는 이유는,도무지 이런 느낌을 준 영화를 만난 게 너무 오랜만, 혹은 처음이라,지금 이 기분을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글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고 리사이징을 하고 뭐라고 감상평을 적을까 고민하는,작위적인 행동을 하기 이전에, 지금 느껴지는 이 먹먹한 기분을 가진 그대로 주절댈 필요가 있다. 영화가 끝난 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평소 때 나오던 출구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달무리 진 구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람에 쓸려 지나가고,이어폰도 없이 생으로 느끼는 파리의 밤거리에는,나지막한 조명과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 그리고 지나다니는 몇몇 사람 말고는,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너무 낯설고..
2011.01.14 -
몇 번이고 생각을 해봤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그렇게 불만만 가득한 채 앉아 있는 건, 사실 알고보면 나의 탓이 아닐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나보다 좀 더 욕심이 있고, 나보다 좀 더 부지런하고, 나보다 좀 더 용기 있는, 그 사람이 지금 내 자리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결국은 내가 앉은 자리에서 입만 대빨 나와있을 뿐, 시간이 뭔가 해결해주기를 희망없이 기다리고 있는, 내 잘못이 아닌가. ..라고 하기엔, 더 이상 나에겐 남은 욕심도,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볼 생각도, 뭔가 얻어내기 위해 용기를 낼 마음도 없고. 별로 뭘 얻어내고 싶지도 않다. 사실 나의 천성이 좀 그런 듯-_- 나는 지극히 수동적인 형태의 직장인에 불과한데, 내가 있는 곳은 나 혼..
2010.12.09 -
안녕,
세 번째의 후랑스. 게다가 이번엔 체류 기간 미정! 보기로 했는데 못 보고 가는 사람들, 아직 나 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 나의 앞날을 위해 화이팅해준 사람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여러가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의 출국이라, 출국의 이유를 밝히자면 긴긴 대화가 필요한데, 그렇게까지 여기저기 이야기할 시간은 차마 없어서, 일단 그냥 대충 나가요. 모두모두 안녕, 미정의 기간이 지나면 다시 봐요. 뿅닷컴을 잊지 맙시다. 뿅닷컴 맨 위 까만부분 오른쪽에 보면 guestbook 있어요. 헤매지 마시고 제발 저기에 안부 좀 남겨주세요. 샤릉합니다. 3월 24일 수요일, 한국에서의 백수라이프 1장을 닫다.
2010.03.23 -
휴가 막바지, 생각이 많다.
괌까지 가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놀아제끼고 돌아왔건만, 한국 땅 밟은 지 사흘만에 왠 생각이 그리 많아지는지. 먼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관하여. 지금 하는 일이 싫지 않고, 잘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일 이외의 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 나쁘지 않다. 난 째뜬 맡은 바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왠지, 그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결국은 돈을 소비하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순간적으로 깨닫다. 괌에서의 휴가는 '역시 돈이 좋아'라고 느끼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며칠의 휴가와 행복함을 산다(buy)는 것이, 과연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 돈 들..
2009.09.12 -
간단명료.
그러니까 인생은 경험치가 중요하다는거야.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왔던 건, 1번 아니면 2번 뿐이었었더래서. 여태까지 나는 이번에 손에 쥔 게 1번인지 2번인지 빨리 알아내고픈 마음뿐이었는데. 듣고보니까, 꼭 내가 알고 있는 1번, 2번 말고도 3번도 4번도 5번도 있을 수 있는거였더라고. 뭐 그게 몇 번인지 알아낼 때까지 불안하긴 마찬가지겠지만. 어쨌든 1번도 2번도 아닌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 겨우 깨달았네. 그래. 언제나 내가 아는대로만 행동할 필요는 없지. 뭐 전혀 새로운 번호가 언제나 better one일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p.s. 이상하게 요즘 계속 바쁘지 않은 것이, 마치 폭풍의 눈과 같아서 더 불안하단 말이지.
2009.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