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레스크 + 온 투어
2010. 12. 21. 21:54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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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크리스티나아길레라가 노래하는 걸 보고 싶었고,
프라다를 입는다 및 쥴리 앤 쥴리아에서,
전혀 다른 연기로 메릴스트립과 호흡을 맞췄던 스탠리 투치가 보고 싶었다.
사실 나는 버레스크란 걸 마튜 아맬릭의 영화 온 투어를 통해 먼저 접했는데,
원제 tournée, 네이버에는 순회공연이라는 짜치는 한글판 제목이!
게다가 공들여 적었던 온 투어 감상평은 저 옛날에 사라져버렸다;ㅁ;
이 영화를 보고있자니 왠지모르게 자꾸 온 투어 생각에 오만감정이 다 들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 평은 두 편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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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레스크 = 코요테 어글리 + 물랑루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저 두 영화의 합작이다.
온몸에서 샘 솟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헐리우드로 상경한 소녀가,
일 찾고, 꿈 찾고, 남자까지 찾는 말도 안 되게 부러운 이야기.
+ 배우들의 가창력과 춤사위를,
물랑루즈 뺨 치는 화려함으로 한껏 장식한 스펙타큘러스 뮤지컬.
이야기가 후지다 싶을 때면 언제나 아길레라 언니가 시원하게 질러주니깐,
지루할 새 없이 휙휙 지나가는 스펙타큘러스♬스펙타큘러스♬
하지만 어느 영화가 됐건,
무대 위에서 날고기던 여주인공은 반드시,
무대 밑에선 저렇게 늘어진 티셔츠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감추는 척 하며 드러내는,
나름 청순녀여야지만 일과 남자를 동시에 잡는다는 건 진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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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영화는 초지일관 아길레라 부활 기념 콘서트 컨셉이었다.
왠만한 흑인언니 저리가라 할 정도로 끄응- 하며 끌어내는 그 한맺힌 듯한 보컬.
게다가 다른 언니들과 함께하는 현란한 춤사위는 보고있으면 코피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재미있었지만,
그 화려함의 수위가 쪼끔 높아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다니신다능.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내가 자꾸 온 투어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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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투어는,
한 때 잘 나갔던 프로듀서가 어찌어찌하다가,
미국에서 버레스크 공연팀 언니들을 데리고 꾸역꾸역 후랑스까지 들어와서,
네이버 말 그대로 순회공연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영화는 버레스크 무대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대신,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혀 화려하지 않은,
어찌보면 오히려 각박하고 지쳐있는 삶의 모습을, 그들의 약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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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또 걸침없이 무대를 장악하는 그녀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버레스크 무대 위의 선정성 따위는,
우리 사는 삶의 진짜 문제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에게 버레스크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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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투어에서 미미의 가슴 짠한 피날레를 장식했던 핑크빛 왕부채가 아길레라 손에 들리자,
인터넷 기사는 인기여가수 전라 감행 타이틀로 도배됐다.
철저한 상업오락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간의 처절한 비교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랄까.
온 투어의 배우들은 진짜다.
그녀들은 실제 버레스크 무용수들이며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이 영화를 완성했다.
그래서 내게 아길레라의 버레스크는 위험했다.
아마도 버레스크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된 건,
코요테 어글리와 물랑루즈의 그 어떤 것도 아닌 전혀 새로운 쇼 아이템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겠지.
아길레라가 버레스크를 자기 콘서트로 만들어버리는 즐거운 영화에,
나는 마냥 즐겁기만 할 수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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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lesque Battle 이란 기사의 링크 걸어드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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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뭐라고 해서 미안하니깐 브금으로 OST.
버레스크 재밌음-_-
아길레라 손수 OST 몇 곡 썼던데, 대단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