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2011. 2. 16. 09:35journal

#.
몇 개월이 넘도록 늘 같은 아침 출근길을 걸으면서도,
단 한 번도 이런 이상한 기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의 라디는 정말이지 센티멘탈.

노래 한 곡 한 곡,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그냥 그렇게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들어차는,
그런 느낌이었다.


#.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를 그만두던 마지막 날,
내가, 나의 결정에 따라, 사실 더 있을라면 있을수도 있는 곳인데,
2년 남짓 지내던 그 곳에서 내 두 발로 걸어나오겠다는 결정을 내린 그 날.

그 때 기분이 얼마나 이상했었는지,
아직도 참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그냥 시간이 흘러서, 소속이 바뀌어서,
갈 때가 되어서 그렇게 가야만 했던 때랑은
정말 하나도 비슷한 구석이 없는,
 
그런 진짜 '떠남'이었으니까.


#.
그리고 지금,
또 한 번 나는 모든 걸 이 곳에 둔 채로,
그냥 그렇게 내 스스로 다시 한 번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 사실이 얼마나 싱숭생숭하니 이상한 기분을 전해주는지를 알면서도.


굳이 다시 한 번 이 같은 길을 선택하려는 단호함이,
나같이 우유부단한 아이의 마음 속 어디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인지,
아무리 뒤집어보고 살펴봐도 보이지가 않는데.


#.
아마도 오늘,
새로 찾아낸 출근길 때문이었나봐.

그냥 오던 길로 왔어야 되는데.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서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잊지는 말아줘요.
나 역시 그럴게요.

다시 만나는 날, 많이 어색하지 않게.

잠자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도,
다른 사람 만나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오직 그대 곁에 있고 싶어했죠.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떠나야만 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아쉬움만 남네요.

아직 함께 못 본 영화가 있어도,
아직 함께 못 가 본 음식점이 있어도,
아직 들려주지 못한 노래가 있어도,

goodbye,
한 마디 밖엔 함께할 수 없겠죠.


제발 가지마요, 조금 더 있어줘요- 라며 붙잡고도 싶었지만,
그댈 위하기보다 어쩔수 없으니까,
아무런 말도, 깊은 한숨만, 난 할 수 없었죠.

잠자는 시간도,
일하는 시간도,
다른 사람 만나는 시간마저 아쉬워서,

오직 그대 곁에 있고 싶어했죠.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그댈 떠나보내야하는,
나의 아픈 마음 혹시 알고 있나요.

많이 보고싶을거에요.

아직 함께 못 본 영화가 있어도,
아직 함께 못 가 본 음식점이 있어도,
아직 못 다한 얘기들이 남아 있어도,

goodbye,
한 마디 밖엔 함께할 수 없겠죠.




오늘의 브금은 라디의 굳바이.

예전에 라디 앨범 포스팅 하면서 링크 걸었던 노래라,
이번엔 오리지널 버젼으로 다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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