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 날의 시작이 아주 그냥

2011. 2. 1. 09:24journal

쌍콤하다.

오늘의 이야기는,
내가 아침에 우체국서 소포를 부쳐야했기 때문에 시작된다.


#.
교통카드를 한 달에 한 번씩 충전해야 되는데,
막날 충전한다는걸 깜빡했다.

아니나다를까 쪼매난 전철역 안에 사람이 바글바글.

우체국 들르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10분이나 일찍 나왔는데,
결국 그 10분을 전철역에서 다 소비했다.


어저께 충전해야지 분명히 생각했는데 깜빡한 것도 답답하고만,

카드 충전해주는 아줌마가,
교통카드에 사진 붙은 ID 티켓 없으면,
걸렸을 때 40유로 벌금이라고 겁을 줬다.

아아- 그 티켓 언제부턴가 안 보이는데 불안하게 씡.


#.
끽해야 5kg쯤 될 거라고 생각했던 소포 나부랭이와 낑낑대며 전철을 탔더니,

안 그래도 미어터지는 아침 출근길 전철 속에서,
 내 뒤통수를 때리는 후랑스인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심지어 한 아줌마는 내가 바닥에 내려놓은 소포상자 위에 자기 가방을 얹는,
몰염치한 행위를 약 3초 간 계속했다.


응.
3초.

30초 아니구.

아놔 그래도 싫다구.



#.
그렇게 약 15분을 움직여 도착한 우체국에서,
나의 소포가 무려 9kg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9kg 짜리 소포를 들고 전철을 타고 댕겼다니.



#.
이래저래 기운이 쏙쏙 빠져서,
우체국 옆 ATM에서 20유로를 뽑았더니 20유로짜리가 나왔다.

음- 보통은 10유로 짜리 두 장을 주는데 여긴 특이하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Paul 빵집에서 빵오쇼꼴라랑 에비앙 한통을 샀다.
그리고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그 20유로 짜리를 내밀었다.

- 잔돈 없어요?
- 네 미안해요 없어요

그랬더니 이 아줌마가 0.01 상팀이랑 0.05상팀을 한 10개쯤 긁어모아 거스름돈을 만들어주면서,

- 아니 옆에 우체국에서돈을 바꿀 수도 있고, 카드로 낼 수도 되는데, 아,  됐어요, 뭐 이젠-  

하고 승질을 냈다.

당시에는 나 역시도 잔돈 안 내는 게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별 말을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니 내가 왜 내 돈 내고 빵 사먹으면서 욕까지 사먹어야 하나 싶었다.



#.
이 모든 건 2월 1일 시작의 초반 1시간 동안 일어난 일일 뿐이고.
아직 나에겐 10여 시간이 남아있다.

조용히 얌전히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


팔이 후들거려서 알트+탭을 못 누르겠다.
딴짓 그만하고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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